[하이빔]발톱 드러내는 중국의 배터리 야망

입력 2023-06-14 09:08   수정 2023-06-14 10:57


 -배터리 규격화로 탄소 중립 대응 제안

 BMW에 적용되는 배터리를 벤츠와 현대차도 사용할 수 있고 기아 EV9에 적용된 배터리를 짚에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충분히 가능한 얘기지만 자동차를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는 점에서 추진은 어렵다. 하지만 배터리를 소유하지 않고 고정식이 아닌  교체식이 확산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단순히 전기를 저장하는 기능에 머무르는 배터리를 소비자들이 비싸게 살 이유가 별로 없어서다. 바퀴 구동에 필요한 것은 전력이고 배터리는 그저 전력을 축전하는 역할이 전부인 탓이다. 

 그래서 배터리 규격을 표준화하자는 얘기는 꽤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이럴 때마다 부정적 의견을 나타낸 곳은 당연히 완성차 제조사다. 배터리까지 일체형으로 제품을 판매해야 이익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규격화하고 이를 리스나 렌탈로 전환한다면 BEV 시장은 차체와 배터리로 구분되고 이때 배터리는 금융 및 전문 기업이 뛰어들어 주도권을 확보한다. 소비자 시각에선 완성차 기업의 차체만 사는 격이다. 

 이런 방식을 탄소 중립과 연결하면 교체식이 오히려 탄소 배출 저감에 유리할 수 있다. 배터리 제조와 폐기 과정을 고려할 때 수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서다. 실제 전기차 폐차 과정에서 나오는 배터리는 축전 능력이 조금 떨어졌을 뿐 전력을 담는 데 문제가 없지만 능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조기에 재활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일찌감치 BEV 교체식을 주도한 중국이 최근 배터리 규격화를 제안하고 나섰다. 중국의 전 공업정보화부 미아오 웨이 장관은 탄소 배출량 감축 측면에서 배터리 규격화는 오히려 도움이 된다며 배터리 요건을 표준화해 글로벌 모든 완성차기업의 공통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이렇게 하면 배터리 시장 점유율 63%, 리튬과 양극재의 70%, 음극재의 90%를 장악한 중국이 BEV 시장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탄소 중립을 위한 교체식 배터리 방식은 조금씩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특히 전기 스쿠터는 모바일 배터리팩이 점차 활성화되는 중인데 배터리 전력이 소진되면 이미 완충된 배터리팩으로 교환해 넣는다. 배터리 교환소 규모도 작아 거리 곳곳에 마련하거나 점포 숫자가 많은 프랜차이즈 주차장 등에 설치하기도 한다. 한국에선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공중전화 부스가 교환소로 운영되기도 했다. 충전기에 10여개 이상의 배터리팩을 배치해두면 전기 스쿠터 이용자가 스스로 어렵지 않게 갈아 끼우기만 하면 그만이다. 이용 요금은 전력 사용량과 배터리의 감가 상각에 기준할 뿐이다. 현재는 전기 스쿠터 또한 제조사마다 규격이 다른 배터리팩을 쓰고 있지만 팩 규격을 통일시키면 여러 제조사의 다양한 스쿠터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인식의 변화다. 스쿠터는 저가인 데다 가장 중요한 목적은 '이동'이다. 반면 자동차는 '이동'이라는 기본 목적성 외에 브랜드로서 소유의 가치가 담겨 있다. 따라서 제조물의 용도가 오로지 이동에 맞추어져 있다면 교체식이 선호될 수 있지만 소유의 가치 비중이 높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국에서도 이른바 '배터리 스왑(swap)'이 논의되고 있다. 국토면적이 좁은 데다 교체식 시설을 통해 배터리의 충전 속도를 관리할 수 있어 전력망 활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소비자는 배터리 비용을 제외하고 접근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분산된다. 동시에 수명이 끝나면 배터리의 일괄 관리 및 처리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배터리 스왑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대기업 중심의 시장 형성이 불가피하다. 동시에 제조사가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배터리 주도권을 내려 놓는 것이어서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교체식의 확산은 생각보다 빠르다. 중국 전기차가 유럽에 진출하며 적극 확대하는 중이며 소비자도 선호한다. 이는 전기차 소비층이 점차 대중화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전기차 확산의 최대 걸림돌이 배터리 가격인데 교체식은 초기 부담을 낮추는 방법인 까닭이다. 고정식을 고수하다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과연 배터리는 소유의 가치가 충분한 품목일까? 아니면 자체와 배터리의 브랜드 가치를 분리 인식할 수 있을까? 제조사의 판단은 소비자의 가치 인식에 달려 있는 셈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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