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를 겪던 반려동물 스타트업 핏펫이 28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KDB산업은행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하고, IBK기업은행이 신용 대출을 해주는 등 두 국책은행이 적극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핏펫은 이번 자금 확보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14일 스타트업·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핏펫은 최근 시리즈B 브릿지 투자를 통해 총 28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 3월 동화약품에서 50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이달 23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마무리했다. 신규 투자자로는 KDB산업은행이 100억원, 신한캐피탈이 20억원을 투입했다. LB인베스트먼트,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등 기존 투자자들도 11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댔다.
2017년 설립된 핏펫은 이번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누적 투자 유치액이 900억원 이상으로 불었다. 핏펫은 이번 투자 유치금을 신사업 강화 등에 쓸 계획이다. 현재 수의병원 납품 등을 목표로 다양한 진단검사키트를 개발 중이다. 8종의 동물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핏펫은 동화약품과는 동물의약품 개발과 유통 등에서 협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동화약품이 핏펫에 50억원의 자금을 댄 것은 동물의약품 시장점유율 확대와 신약 개발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핏펫 플랫폼과 동물병원 관련 인프라 등을 활용해 사업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핏펫은 펫보험사(동물전문보험사) 설립 등도 추진한다.
핏펫은 올 초 '경영효율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면서 수익성 확보, 비효율 서비스 조정, 불필요한 경비 절감 등에 나서기도 했다. 조직 규모와 인건비를 줄이는 등 구조적 변화를 꾀했다. 핏펫 관계자는 "경영 혁신 조치는 수익성 있는 기업을 선호하는 투자시장의 상황에 맞춘 선제 대응이었다"며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조직을 만들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자생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핏펫의 이번 투자 유치에는 IBK기업은행의 신용 대출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은 핏펫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 있던 지난 3월 사업성을 보고 신용으로 20억원을 대출해줬다. 김인태 IBK기업은행 혁신금융그룹장(부행장)은 "핏펫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고, 단순히 수익만이 아니라 국책은행으로서 정책적 기능을 생각하면서 대출을 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 대출에 이어 KDB산업은행 스케일업 금융실의 신규 투자 등이 이어지면서 VC 후속 투자가 원활히 이뤄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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