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세' 앞두고 한숨 돌린 韓

입력 2023-06-14 17:58   수정 2023-06-15 01:42

유럽연합(EU)이 오는 10월부터 시행하는 역외 기업에 대한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에서 한국 등 제3국의 기존 산정 체계를 한시적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본격 시행에 앞서 전환기(준비 기간)에 적용하기 위한 이행 규정(Commission Implementing Regulation) 초안을 공개했다.

CBAM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을 EU로 수출할 경우 해당 제품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 추정치에 세금을 부과하는 조치다.

CBAM이 가능하게 하려면 유럽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ETS)와의 연동이 필요하다. ETS는 온실가스 배출 권리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감축 여력이 낮은 사업장은 직접적인 감축 대신 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다. ETS를 구입했다면 그만큼 CBAM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이 줄어든다.

이행 규정 초안에 따르면 EU로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시멘트·수소제품 등 6개 품목을 수출하는 역외 기업은 올해 4분기(10~12월)에 해당하는 탄소 배출량을 EU에 보고해야 한다.

EU의 자체 산정 방식 외에 제3국의 기존 탄소 가격제와 연동하거나 검증된 체계하에서 탄소 배출량을 계산한 경우에도 보고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한국은 EU의 CBAM 도입과 관련해 ETS와 비슷한 ‘K-ETS’를 국내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보고 의무만 부과되는 CBAM 전환기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25년 1월부터는 EU의 ETS 기준을 따라야 한다.

전환기가 끝난 뒤 관세가 본격 부과되는 2026년 1월부터는 EU 수출량이 많은 철강업계를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CBAM에 따른 배출량 과세 시 한국의 K-ETS에 따라 낸 금액은 인정·면세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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