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 과거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근혜 정부에선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어서다. 양쪽 다 전직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경합지보다는 텃밭에서 출마를 노리고 있다. 자신과 자신이 속했던 정권의 명예 회복을 위한 출마지만, 중도층 표심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양당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우 전 수석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평생 공직에 있었으니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뭘까 많이 생각하고 있다”며 출마 의지를 내비쳤다. 고향인 경북 영주나 대구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를 한 적이 없어 공천받지 못하면 당선은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강성 친박 정당인 우리공화당의 조원진 대표는 “지난 연말 윤석열 정부가 사면복권시켜준 건 출마하라는 뜻 아니냐”며 공천 가능성을 점쳤다.
최 전 부총리는 4선을 한 경북 경산 출마 의지를 굳혔다. 한 지역 인사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내년 총선 도전 의지를 밝혔다”고 했다. 의원으로 일하며 산업단지 유치 등 굵직한 치적을 쌓은 데다 지역구 내 조직력도 살아 있어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충분히 당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민주당 내부에서는 중도층 표심을 고려하면 이번 총선에서 조 전 장관과 함께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원욱 의원은 “조 전 장관이 입당해 출마하면 민주당은 총선에서 조국의 강을 넘어 조국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인 윤영찬 의원도 “민주당은 미래를 향해 당을 바꿔나가야 하는데,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우 전 수석은 ‘팬덤 없는 조국’ 같은 느낌”이라며 “가뜩이나 (당내에) 검찰 출신이 너무 많아 (검찰 공화국이라는) 프레임에 들어가는데, (박 전 대통령) 탄핵의 강까지 다시 들어가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여당 한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건, 우 전 수석이건 상대 당이 출마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라며 “특히 무소속 당선도 가능한 조 전 장관과 최 전 부총리가 국회에 들어오면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경목/전범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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