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심각한 식량난으로 곳곳에서 아사가 일어난다는 증언이 나왔다.
BBC는 14일(현지시간)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의 도움을 받아 진행한 북한 주민 3명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했다. 이들 주민은 평양과 중국 국경 근처 마을 등에 거주하고 있지만, 보복을 고려해 자세한 인적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은 "국경 봉쇄 이후 굶어 죽거나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처형당할까 봐 두렵다"고 전했다. 북한은 코로나19 발발 이후 2020년부터 국경을 봉쇄해 왔다. 당시 북한 당국은 식량 재배에 필요한 비료, 기계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의 곡물 수입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 산다고 밝힌 한 여성은 "이웃집 세 식구가 집에서 굶어 죽었다"며 "물을 주려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고, 당국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들은 이미 숨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먹을 것이 없어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산으로 숨어들어 죽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중국 국경 근처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는 남성은 "식량이 너무 부족해서 마을에서만 이미 5명이 굶어 죽었다"며 "처음에는 코로나19로 죽는 것이 두려웠지만, 그 이후에는 굶어 죽는 걸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일 살기가 더 어려워진다"며 "탈출을 시도하다 발각되면 비공개 처형이 이뤄진다. 한 번만 잘못 움직여도 사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우린 여기 갇혀서 죽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국경 봉쇄와 함께 밀수에 대한 경비도 삼엄해졌다는 후문이다. 국경을 넘으려는 주민은 누구든 사살하라는 명령도 내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밀수시장에서도 식료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BBC의 설명이었다.
북한의 한 시장 상인인 여성은 "시장 내 제품 4분의 3이 중국에서 왔었지만, 지금은 비어있는 상태"라며 "국경을 넘나들며 밀수된 물품을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던 사람들의 수입이 끊겼다. 가족들에게 줄 식량을 구하기 위해 구걸하며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 역시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면서 "아이가 이틀 동안 굶고 잠이 들었는데, 죽은 줄 알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압록강을 건너는 것에 대한 단속도 삼엄해졌다. 코로나19 발발 이전에는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탈출하는 인원이 매년 1000명 이상이라는 국내 통계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강에 접근하기만 해도 가혹한 처벌이 이뤄진다"며 "아무도 건너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 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한 기근을 겪었다. 최근 식량난에 대한 증언의 확산에 북한이 재앙과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북한의 경제학자 피터 워드는 BBC에 "평범한 중산층 사람들까지 굶주림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아직 전면적인 사회 붕괴와 대량 기아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 않지만, 이 현상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을 전했다.
북한의 인권 침해를 기록하는 NKDB의 송한나 이사도 이에 동의하며 "지난 10년에서 15년 동안 우리는 기아 사례를 거의 듣지 못했다"며 "이건 북한이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떠오르게 한다"고 전했다.
BBC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식량위기'를 언급하며 각종 농업 생산 증진을 명령하면서도 핵무기 자금 조달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최근 연속해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데, 이런 발사 총액은 북한이 식량을 보충하는 데 필요한 금액보다 많은 5억달러(한화 약 64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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