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수채화로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에 입선할 정도로 그림 실력이 남달랐던 이 화백은 일찌감치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천착하며 실험미술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림은 몸으로 그리는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 1970년대 시작된 그의 대표 연작 ‘바디스케이프’(몸의 풍경)는 화면에 등을 대고 팔을 뒤로 뻗어 물감을 칠하는 등 몸의 움직임을 기록한 퍼포먼스의 결과물이다.
이 화백의 대표 퍼포먼스는 ‘달팽이 걸음’이다. 분필을 쥐고 쭈그려 앉아 좌우로 선을 긋는데,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발에 아까 그린 분필 자국이 밟혀 지워지기를 반복하는 퍼포먼스다. 알아보는 이 없어도 50여 년을 묵묵히 달려온 그의 삶이 연상되는 작업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실험미술전’에서 28일 ‘달팽이 걸음’을 재현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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