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방문한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가 시진핑 주석과 만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 국무부 장관도 방중 일정을 확정했다. 미국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방중이 악화 일로를 걷던 미·중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은 게이츠가 16일 시 주석을 만날 예정이며 단독 면담일 수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15년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이후 8년 만이다. 시 주석은 2020년 초 코로나19 퇴치에 500만 달러를 지원한 게이츠와 재단에 감사 편지를 쓰기도 했다.
게이츠는 14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에 “2019년 후 처음으로 베이징에 왔다”며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함께 세계 보건 및 개발 과제에 대해 15년 넘게 노력해온 파트너들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적었다.
올해 많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제로 코로나’ 정책이 끝난 중국을 찾았지만, 시 주석과 회동이 공개된 적은 없다. 지난 3월 팀 쿡 애플 CEO는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났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딩쉐샹 부총리를 만났다. 이번에 시 주석이 게이츠를 만나면 코로나19 이후 단절됐던 외국 기업인과 대면 회담이 재개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재를 하고 있지만 양국 간 경제협력은 지속되는 모습이다. 이날 중국 컨설팅 회사 웰센XR이 애플의 차세대 제품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의 최신 부품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중국 부품 제조업체 8곳이나 포함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이 코로나19 사태 후 공급망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중국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는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에 있어 디커플링(탈동조화)은 큰 실수”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런 기류 속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18~19일 중국을 방문한다. ‘정찰풍선’ 사태로 한차례 방중 일정을 연기한 후 넉 달만이다. 최근 중국이 쿠바에서 도청기지를 운영 중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또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양측 모두 기대치가 낮아 시 주석을 예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밖에 서방국에서는 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와 제임스 클리버리 영국 외무부 장관이 중국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엔 독일과 프랑스의 총리가 각각 중국을 방문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디커플링'보다는 '디리스킹(위험 제거)'를 강조하고 있다는 평가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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