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브로이맥주와 제주맥주의 수제 맥주 시장 주도권 다툼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곰표’ 상표권을 소유한 대한제분이 제주맥주와 손잡고 ‘곰표 밀맥주’를 석 달 만에 재출시하기로 하자, 곰표 밀맥주 원(原)제조사인 세븐브로이가 “제조법을 그대로 베꼈다”며 판매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곰표 밀맥주는 세븐브로이와 대한제분이 2020년 출시해 공전의 히트를 친 상품이다.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가 맺은 곰표 상표권 사용 계약은 지난 3월 말로 종료됐다.
최근 신제품 ‘켈리’를 출시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서로 ‘맥주 시장점유율 1위’라고 주장하며 광고전을 펼치는 등 맥주 업계 라이벌전이 과열되는 모양새다.
2020년 6월 대한제분이 세븐브로이와 손잡고 출시한 곰표 밀맥주는 현재까지 판매량 5800만 캔을 돌파한 스테디셀러다.
대한제분은 지난 3월 말 세븐브로이와 계약을 끝내고 경쟁사인 제주맥주와 곰표 상표권 라이선스 계약을 새로 맺었다. 곰표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세븐브로이는 ‘대표 밀맥주’로 이름만 바꿔 판매 중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곰표 밀맥주 생산을 위해 300억원을 들여 맥주 공장까지 신축한 세븐브로이로선 곰표 상표권이 급작스레 제주맥주로 넘어간 데 대해 당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표 밀맥주는 세븐브로이 전체 매출의 9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제주맥주 측이 새 곰표 밀맥주 제조를 위해 구입한 원료를 보면 기존 곰표 밀맥주의 특징인 복숭아 맛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세븐브로이는 작년 5월 대한제분 요구로 기존 곰표 밀맥주의 성분 분석표를 대한제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제주맥주가 만든 곰표 밀맥주 맛이 기존 제품과 차이가 없을 경우 대표 밀맥주를 압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세븐브로이의 작년 영업이익은 49억원으로, 전년(118억원)보다 60% 가까이 급감했다. 2021년 400억원을 돌파했던 매출도 작년 326억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엔데믹 이후 가정 ‘홈술족’을 겨냥해 가정용으로 많이 판매되는 수제 맥주 소비량이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국내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152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을 앞둔 세븐브로이가 ‘수제 맥주 매출 1위’ 타이틀을 지키려면 제주맥주 곰표 밀맥주에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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