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금융당국 '찰떡 궁합' 이어지려면

입력 2023-06-15 17:54   수정 2023-06-16 00:40

“우리 금융시장 상황이 아직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거기 있는 멤버 중 누구 한 명이 손들고 나간다고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출마 등 거취를 묻는 말에 이같이 답변했다. 여기서 ‘거기’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 금감원장까지 국내 금융당국 수장 4인의 모임을 말한다. 2009년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들을 빗대 ‘F4(Finance 4)’란 별칭도 붙어 있다. 주말마다 모여 금융시장 상황을 공유하고 현안을 논의한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원팀’ 정신을 상징하는 최고위급 협의체이기도 하다.
前정부땐 엇박자로 시장 혼란
F4 이전에도 ‘거시경제금융회의(거금회의)’가 있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2년 출범해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참여 기관은 같지만 멤버는 원래 부기관장(차관·부총재·부위원장·부원장)이다. 의장도 기재부 1차관이다. 당시 신제윤 기재부 1차관은 1차 거금회의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유럽) 재정위기로 번지면서 장기화한 만큼 관계기관 간 정기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출범 배경을 밝혔다.

분기에 한 차례씩 열리던 거금회의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위기가 닥치면서 지난해 6월부터 비상 거금회의로 격상됐다. 추 부총리가 주재한 첫 회의엔 내정자 신분이던 김 위원장을 제외한 F3와 최상목 대통령 경제수석,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이후 미국 중앙은행(Fed)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거나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F4가 모여 진정제를 처방했다.

거의 한 달 간격으로 열리던 비상 거금회의는 작년 10월 강원도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위기를 계기로 주말 회의로 바뀌었다. 한전채 등 공공채권 금리마저 연 6%까지 치솟는 등 자금 경색이 심화하자 토요일인 지난해 10월 22일 비공개로 F4가 모였고 다음날인 23일 ‘50조원+α’ 규모의 긴급 대책이 발표됐다. 이런 발빠른 대처 덕에 채권시장은 연말 고비를 넘기고 안정을 되찾았다.
당국 간 소통 고도화해야
그 이후에도 현충일인 지난 6일까지 모두 30여 회 열린 F4 회의는 시장 안정 외에도 부동산 규제 완화, 해외 투자 유치 등 폭넓은 현안을 논의하고 대외 메시지까지 조율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자리 잡았다.

F4의 ‘찰떡 궁합’에는 이 원장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의견이 많다. 금융회사들과 직접적으로 맞닿은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심부름꾼’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매주 F4 회의에 올라가는 주요 보고 자료를 대부분 금감원이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은 금감원이 하고 공은 다른 기관에 가더라도 이 원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헌 전 원장 시절 금융위와 금감원의 불협화음으로 시장 혼란이 상당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다만 지금의 주말 회의가 비상체제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이 원장도 간담회에서 “금융당국 간 소통과 협업 시스템을 어떻게 고도화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 고민의 산물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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