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A씨는 B씨와 결혼해 아들 C와 딸 D를 두었습니다. A씨는 1980년대 중반에 물건을 만들어 북미지역에 수출하는 제조업체를 창업해 연매출 5000억원대의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A씨는 원래 장남인 C에게 사업을 물려줄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2015년께 C에게 회사 주식의 30%를 미리 증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C가 사업에 소질도 없고 낭비가 심해 신뢰하기 어렵게 되자, A씨는 딸인 D를 후계자로 삼기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그래서 2022년 6월께 남은 주식 70% 전부(비상장주식으로서 상증세법 기준 평가시 약 350억원 상당)는 D에게, 현금성 자산 약 50억원과 살고 있던 아파트(약 30억원)는 아내인 B씨에게 유증하는 내용으로 유언공증을 하고 D를 유언집행자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6개월 후. 2023년 1월 A씨는 췌장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유언장이 공개되자 아들인 C는 "아버지가 사망 3년 전에 이미 치매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유언당시 의사능력이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런 경우 D와 C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만 은행이나 증권사에 따라서는 공증유언만으로는 돈을 내주지 않고 상속인 전원의 동의를 받아올 것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유언공증의 효력에 반하는 요구이지만, 은행내규 내지 실무처리를 근거로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변호사의 의견서 등으로 은행 담당자를 설득해서 해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직접 해당 은행을 상대로 예금지급청구소송을 하거나, 유언효력확인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아서 그 판결문을 은행에 제출해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유언집행에 반대하는 아들인 C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C는 유언의 유효를 주장하는 B와 D를 상대로 유언무효확인의 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소송 절차 내에서 아버지의 의사무능력을 주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 공증까지 받은 유언인 경우에는 법원에서 유언자의 의사능력 없음을 이유로 유언이 무효라고 판단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공증은 변호사의 자격을 가진 전문가(공증인) 앞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공증인이 유언자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함으로써 유언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언이 유효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으로 유류분반환청구를 해둘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에는 C가 사전증여받은 주식의 상속개시시 가치가 약 150억원(전체 주식의 70%가 350억원이므로)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유류분 이상의 특별수익을 얻었기 때문에 유류분침해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금과 관련해서는, B와 D에게 유증한 재산 뿐만 아니라 2015년에 C에게 증여한 주식도 상속세 과세가액 계산시 고려됩니다.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10년 이내에 상속인에게 증여한 것은 설사 그 당시 증여세를 납부했더라도 나중에 상속세 계산시 가산이 됩니다. 물론 기납부한 증여세 가액만큼은 공제가 되고, 상속세 누진제로 인해 추가로 늘어난 부분에 대해서만 추가 과세가 됩니다.
이처럼 C의 사전증여 때문에 증가된 상속세에 대해서도 모든 상속인에게 연대납세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30억원까지는 배우자공제가 되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도 B가 유증받은 현금성 자산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는 유리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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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한경닷컴 기자 crisp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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