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2005년 휴스턴에서 시작한 스노우폭스에서 18년 만에 퇴진한다”며 “일본 젠쇼에 한국을 제외한 모든 식품 사업권을 8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영국 증시 상장을 몇 주 앞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포기한 후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었으나 이미 수년 전 우리 경쟁 업체 AFC를 인수한 경험이 있는 젠쇼에 역할을 양보하기로 하고 물러난다”며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7전8기’의 도전정신으로 성공을 거둔 자수성가 창업가의 대명사로 통한다. 1987년 대학 중퇴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식품점을 시작으로 이불가게, 지역 신문사, 컴퓨터 조립회사, 주식 선물거래소 등을 운영하며 실패를 거듭했다. 2005년 휴스턴에서 식당 체인을 분납 조건으로 인수한 것이 스노우폭스의 시작이었다. 스노우폭스는 세계 직원 1만여 명, 연매출 1조원을 올리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북미와 영국 등 11개국에 스노우폭스, 벤토, 타이코, 요 등 4개 스시 브랜드를 운영하며 3800여 개 매장을 두고 있다. 스시 도매 제조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 기업인이 아니라 투자자로서 다른 인생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스닥 상장 후 생각했던 여러 계획을 실행해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은퇴와 상장을 고민하던 몇 년을 더 이상 미루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견기업인협회 회장과 중앙대 글로벌경영자과정 교수로도 활동한 그는 한국과 세계를 오가며 ‘사장을 가르치는 사장’으로서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6년간 그가 키운 ‘후배 사장’만 3000명이 넘는다. 저서로는 대표작인 <돈의 속성>을 비롯해 <자기 경영 노트> <김밥 파는 CEO> <생각의 비밀> 등이 있다. 지난 4월에는 <사장학 개론>을 출간했다.
최근 일본 롯데리아를 인수한 젠쇼는 이번 인수 계약으로 한국을 제외한 스노우폭스의 모든 식품 사업권을 확보하게 됐다. 스노우폭스의 기존 투자자인 영국 메이페어에쿼티파트너스는 보유 지분 전량을 젠쇼에 팔았다. 리처드 호드슨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스노우폭스 경영진과 직원은 그대로 남아 젠쇼와 글로벌 사업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1982년 설립된 젠쇼는 일본 내 매출 기준 1위 식품 서비스 회사로 소고기덮밥 식당 스키야, 100엔 초밥식당 하마스시, 패밀리레스토랑 코코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