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된 중고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 내 완성차 생산량이 부족한 데다 글로벌 고금리 여파에 신차 대신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사단법인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이 국토교통부 자동차 등록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수출 말소'된 차량은 33만8837대로 집계됐다.
수출 말소는 수출을 앞두고 있는 차량이 국내에서 더 운행되지 않도록 하는 절차다. 말소 처리 후 9개월 이내에 실제 수출됐는지 여부를 당국에 신고해야 해 통상 이 기간 내에 수출이 이뤄진다.
지난해 수출 말소 차량은 1992년 통계 집계 이후 30년 만에 최대치다.
연간 수출 말소 차량은 2001년 처음 10만대를 넘었으며, 2004년 '이라크 특수'로 27만대로 반짝 급증한 뒤 2011년까지 10만대 중반∼20만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2012년 중동시장 호황으로 처음 30만대를 넘긴 이후 2015년엔 18만1000여대까지 다시 줄었다가 2018년 26만8000여대, 2019년 18만1000여대 등으로 오르락내리락했다. 2020년 27만8000여대를 기록한 뒤 3년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의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도 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對)러시아 중고차 수출 규모는 지난해 1만9626대로 2021년 2358대 대비 732.3% 폭증했다.
전쟁 여파로 신차 생산공장이 중단되면서 중고차가 신차 수요를 대체한 영향이다. 전쟁 발발 이후 현대차를 비롯 도요타, 포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러시아 내 공장가동을 중단하거나 사업을 아예 철수했다.
차종별로 보면 지난해 수출 말소된 중고차 중 승용차는 29만4000여대(87%)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역대 최대였다. 승합차는 1만3000여대(3.9%), 화물·특수차는 3만1000여대(9.2%)를 차지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수출 말소 차량을 차종별로 분석한 결과 국산차는 현대차의 아반떼, 쏘나타, 싼타페 순으로 많았다. 수입차는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등이 상위권이었다. 전기차 중에선 현대차 코나·아이오닉, 기아 니로 등이 많았다.
올해에도 수출 말소 처리된 중고차는 늘어나는 추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통계 수출 말소된 차량은 19만5410대로,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됐다.
자동차 업계는 차량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오래 사용한 중고차도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한 상태인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고금리와 구매 심리 위축으로 중고차 시장이 좋지 않은 점도 수출 말소 증가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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