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중국이 뜨거운 감자입니다. 경제계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찬반 양론이 치열합니다.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는 게 맞느냐는 겁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논하려면 중국이 어떻게 ‘세계의 공장’이 됐고, 최근 들어 왜 세계 공급망에서 배제되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중국은 그동안 최대 인구와 급속한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전 세계 자금과 기술을 진공흡입기처럼 빨아들였습니다. 투자와 교역량이 늘면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 이어 ‘세계의 시장’이 됐고 미국과 글로벌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G2’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해지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공급망은 원재료를 조달하고 완제품을 생산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 재화, 서비스, 정보의 흐름이 일어나는 연결망을 가리킵니다.
중국은 2003년부터 미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었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2.8%, 수입액의 21.1%를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기도 합니다. 지난해까지는 대중 무역수지가 흑자였는데 올 들어서는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중국과의 불편한 외교적 관계도 문제지만, 중국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수출이 줄어드는 것도 원인입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춰가지 않으면 안 되는, 탈중국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중국이 어떻게 경제 성장을 이뤄왔고,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이 어떤 변화를 보였는지 알아봅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이해해봅시다.
중국이 20년 정도 늦게 동아시아 국가들의 방식을 따랐다는 것이죠. 발전국가론에서는 경제 성장에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활용된다고 설명하는데, 중국은 ‘중국굴기(中國屈起: 중국의 강대국으로의 도약)’를 앞세웠습니다.
‘베이징 컨센서스’는 1990년대 중남미 국가들의 개발 모델로 영향력을 발휘한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는 개념입니다. 워싱턴 컨센서스는 공기업의 민영화, 정부의 경제 개입 축소 등이 특징인 신자유주의를 상징합니다. 1990년대 초 중남미 국가들이 경제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제시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죠.
라모는 중국이 새로운 발전 모델, 즉 베이징 컨센서스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합니다. 혁신과 지속 가능성, 평등을 통해 새로운 힘과 발전 동력을 이끌어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곧바로 엄청난 반박과 비판에 직면합니다. 중국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중국은 혁신의 리더가 아니라 해외에서 발명된 제품을 생산할 뿐이고, 중국의 경제 성장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과 평등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국가자본주의 관점에서는 덩샤오핑 이후 시진핑까지 중국의 모든 국가지도자가 경제 성장과 관리를 위해 주요 기업의 국가 소유를 포함해 국가의 역할을 강력하게 유지해왔다고 설명합니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 공산당이 원하는 것은 완전한 시장경제체제로의 이행이 결코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단지 덩치만 큰 대국이 아니라 경성권력(hard power)과 연성권력(soft power) 면에서 모두 세계 일류 수준을 자랑하는 강대국이 되려 하는데, 시장은 이 목표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분석도 제기합니다.
‘중국 지도부는 거대하고 광범위한 국유부문을 통해 경제 전반에 대한 국가의 통제력을 확고히 하고, 이를 첨단기술산업과 혁신부문으로까지 확장해 국유기업을 글로벌 챔피언으로 육성한다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 중국과 수교했고, 2003년부터 매년 100억달러가 넘는 무역수지 흑자를 거둬왔습니다. 지난해까지 총 6703억달러(약 868조원)의 대중(對中) 무역흑자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자본주의를 강화하는 중국을 상대로 지난 20년과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2. 베이징 컨센서스와 워싱턴 컨센서스를 비교해보자.
3. 국가자본주의를 설명해보자.
IPEF는 이런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입니다. 하지만 보완책만으론 부족합니다. 먼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합니다. IPEF에 참여한 14개국 중 10개국의 제1교역국이 중국이란 사실만 봐도 중국 의존도 낮추기가 우선돼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을 구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유럽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 부품 제조업체에 자신들과 계속 거래하려면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등 중국 밖에 생산기지를 설립하라고 요구합니다.
그런데 수입 의존도는 어느 정도가 높은 것일까요. 영국 싱크탱크 헨리잭슨소사이어티는 특정 재화에 관한 A국(수입국)과 B국(수출국) 간 무역관계에서 ①B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50% 이상이고 ②A국이 순수입국(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음)이며 ③B국의 해당 재화에 대한 세계시장 점유율이 30% 이상이면 A국은 B국에 대해 의존적이라고 정의했습니다. 헨리잭슨소사이어티가 이 방법을 활용해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중국의 교역관계를 각각 분석한 결과 호주와 뉴질랜드의 중국 의존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았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2021년 우리나라 무역 통계를 분석하면 전체 수입액의 85.5%를 차지하는 수입 규모 상위 품목 1000종 가운데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 비중이 50% 이상인 품목이 약 4분의 1(246종)로 나타납니다. 특히 화학공업제품의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습니다. 이런 화학공업제품은 국내 주요 산업의 중간재로서 매우 중요한데 부존자원의 제약 등으로 단기간에 국산화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대체 공급처를 발굴해 공급망 안정성을 높여야 합니다.
그런 애플이 올 4월 인도 뭄바이에 첫 애플스토어를 열었습니다. 탈중국을 위해 인도를 선택한 것이죠. 다만 애플은 탈중국에서 속도 조절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을 단기간에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입니다. 지금까지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한다’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이 적중했습니다. 그러나 수입과 수출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 새로운 전략이 필요합니다. 안미경세(安美經世: 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가 해법입니다. 다만 애플처럼 탈중국에서 지혜를 발휘함으로써 안미경중에서 안미경세로의 전환이 매끄럽게 이뤄져야 합니다.
2. 수입의존도 판단 방법을 설명해보자.
3. 안미경세에 대해 토론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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