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15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았어요. 39살에 뒤늦은 사춘기가 왔죠. 이렇게 살다가는 우리네 엄마처럼 인생이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떨어진 자존감을 되살린 것은 운동이었어요. 매일 운동을 마치고 커뮤니티에 기록을 올렸어요. 하기 싫었던 운동이 루틴이 되고, 체력이 붙고 건강해지자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그렇게 40대에 광고 모델에 도전을 했습니다. 주위에선 '40대에 무슨 모델이냐'며 비웃더군요. 광고모델과 피팅모델을 하면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정신없이 일을 했죠. 그러다 코로나로 모델 일이 뚝 끊기자 이번엔 쇼핑몰에 도전했습니다. 이제는 연간 매출 20억원씩 올리는 '운동하는 CEO'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죠.
누군가의 엄마로 살던 한 중년 여성은 생각했다. '이렇게 살다 죽을 순 없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듯 모델을 시작했다. 10년간 광고모델과 피팅모델로 자리를 잡아가던 와중 코로나 위기가 닥쳤다. 한순간에 모델 일이 끊기자 이번에는 직접 쇼핑몰 창업에 도전했다. 대표이자 모델까지 도맡으면서 일주일에 6시간씩 촬영한다. 체력을 기르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러닝과 헬스도 한다. 어느새 4050 중년 여성 패션몰로 입소문이 났다. 운동맘 커뮤니티 히로인스에서 활동 중인 김은영(50) 씨의 이야기다.
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40대에 쇼핑몰 대표에 도전한 김은영(50) 입니다. 24살에 결혼해서 15년간 전업주부로 살았어요. 39살에 뒤늦은 사춘기가 왔죠. 무료한 일상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민이 들더군요. 남은 인생은 누구 엄마, 아내가 아닌 제 이름으로 살고 싶었어요. 현관을 박차고 광고모델에 도전했죠. 한국과 중국에서 피팅모델을 했어요. 그러다 코로나가 터져 일자리가 사라졌죠. '내가 한 번 차려볼까' 생각에 쇼핑몰을 차렸죠."
Q. 몸이 매우 바쁘겠습니다.
"쇼핑몰 대표이자 모델까지 겸하니 체력이 떨어지더군요. 일주일에 한 번은 6시간씩 촬영하고, 동대문 시장에서 샘플을 찾고, 코디를 짜고, 직접 기획도 하죠. 매일 5시에 일어나 1시간 30분 동안 운동장을 달리고 웨이트를 하죠. 출근은 9시에 하지만 퇴근 시간은 따로 없습니다. (웃음)"
Q. 운동하는 CEO로도 알려졌습니다.
"운동하는 엄마들이 모인 커뮤니티 '히로인스'에서 활동 중입니다. 출산하고 나이가 들면서 엄마들은 자존감이 조금씩 떨어지거든요. 운동하면서 건강을 되찾으면서 다시 자신감이 붙더군요. 하루하루 서로 운동일지를 공유하면서 응원도 하고 위로를 얻었죠. 올해는 마라톤에도 도전했습니다. 처음에는 100m, 200m를 달리다 어느새 3㎞까지 늘렸죠. 올 3월 동아마라톤대회에서는 10㎞ 구간을 58분대에 통과했습니다. 커뮤니티 동료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젊은 엄마들에게 자극도 받으면서, 50대에도 저처럼 건강한 몸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알리고 있죠. (웃음)"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피팅 모델만 했지, 쇼핑몰에 운영에 관해서는 하나도 몰랐습니다. 어디서 옷을 가져와야 하는지, 자사몰은 어떻게 만들고, 어디서 팔아야 하는지 전혀 몰랐죠. 1년간은 매일 울면서 일했습니다."
Q. 월 매출은 어느 정도 발생하시나요.
"현재는 월평균 매출이 1억6000만원 정도 나옵니다. 2020년 7월에 오픈후 매년 늘고 있죠."
Q. 초기 비용은 어느 정도 들었나요.
"초기 자본은 1억원을 가지고 시작했죠. 사무실을 얻고, 쇼핑몰을 만들고, 직원 채용, 스튜디오, 프리랜서 포토 비용 등이 들어갔어요. 아직은 자체 제작 없이 동대문 사입 형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잘 팔리는 물건을 미리 사놓아야 하죠. 안 팔리면 재고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Q. 순수익을 벌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나요.
"2년 정도 걸렸습니다. 그동안 사무실을 2번 이사했고, 직원도 저 포함 2명에서 9명으로 늘어났거든요. 재투자하는 시간이었죠. 회사가 계속 성장하고 발전해야 하니 지금도 계속 투자 중입니다."
Q. 쇼핑몰 노하우가 있나요.
"아직도 배우는 중이지만, 피팅 모델로 7~8년을 일하면서 중년 패션몰에서 얼굴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중년 여성들은 모델 얼굴이나 분위기를 보시고 본인과 맞으면 계속 찾거든요. 초반 2년 정도는 모든 후기에 답글을 달아 드렸었죠.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알게 되고 피드백을 받았죠. 사무실 위치는 동대문 매입처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래야 시장을 자주 나가서 새로운 상품을 볼 수 있죠."
Q.재고를 쌓지 않는 비결이 있나요.
"중년 여성들이 점점 젊어지고 있어요. 운동하면서 자기관리 하는 분들도 많고, 자신만의 전문적인 일을 하는 분도 많아졌죠. 20·30대 트렌드를 잘 지켜보면서 중년 패션에도 조금씩 맞춰가고 있죠. 시장을 자주 나가고 브랜드들이 최근 어떤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는지도 살펴보죠. 백화점 중년 코너도 자주 간답니다. 편하면서도, 세련되고 사이즈가 넉넉해서 활동에 불편함이 없는 옷들을 구하죠. 촬영 전에는 일일이 입어 보고 원단을 확인한 뒤에 촬영합니다. 동대문 사입기반이라 재고는 많지 않지만, 그래도 쌓이기는 해요. 1년에 두 번 정도는 반값 이벤트를 통해 소진하고 있죠. (웃음)"
Q. 퇴직자나 제2 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피팅 모델을 10년간 했지만,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분야입니다. 시간과 비용이 꽤 들어가죠. 트렌드 변화도 너무 빠릅니다. 굳이 쇼핑몰이 아니더라도 일은 꾸준히 하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중년과 시니어의 시간이 길거든요. 체력도 필요하니 운동은 필수입니다."
Q. 주변인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가 처음 모델을 한다고 했더니 주위에서 '40살이 무슨 모델이냐? 편하게 살 나이인데 뭐 하러 굳이 고생길 가느냐? 잘되나 두고 보자'는 반응이었죠. 이제는 응원이 많아졌어요. 꿈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을 증명했으니까요. (웃음)"
Q.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까요.
"어린 시절 시골집 평상에 누워 하늘의 별을 보며 꿈을 꾸었던 때처럼, 지금도 꿈을 꾸고 도전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운동을 통해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죠. 사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훨씬 젊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중년 여성들이 아셨으면 좋겠어요. '내 삶은 오롯이 내 것'이라는 걸요. 늦은 나이라는 것은 없어요. 뭐라도 하나씩 시작해도 좋은 때입니다. 안락한 현관문을 여는 것은 쉽지 않아요. 하지만 그 문을 열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의 엄마와 똑같은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 모두 함께 조금씩 성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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