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관형어 남발이 가져온 일탈적 문장들

입력 2023-06-19 10:00   수정 2023-06-19 15:51


2020년 10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타계한 뒤 상속세와 관련한 쟁점 몇 가지가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그가 남긴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는지였다. 이 회장은 생전에 수집한 국보급 미술품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하고 떠났다. 하지만 우리 세법에서 미술품이나 골동품으론 상속세를 납부할 수 없다. 현금이나 부동산, 유가증권만 가능하다. “정부는 부동산이나 유가증권과 비교할 때 미술품은 객관적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을 했다.”
‘~라는 설명을 하다’와 ‘~라고 설명하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도 영국 프랑스 일본 등과 같이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기도 했다. 우리 관심은 이를 전한 한 언론보도문에 쓰인 ‘~어렵다는 설명을 했다’ 부분이다. 이 서술부는 ‘~어렵다고 설명했다’라고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부사어를 써야 할 때 습관적으로 관형어를 쓰는 경향이 있다. ‘각별히 신경 쓰다’ ‘톡톡히 재미 봤다’라고 할 것을 ‘각별한 신경을 쓰다’ ‘톡톡한 재미를 봤다’라고 하는 식이다. 부사어를 써야 서술어가 살아나 문장에 리듬이 생기고 글이 탄탄해지는데, 무심코 관형어로 연결하는 것이다.

글쓰기에서 부사어의 관형어화는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고 설명하다’ 문구를 ‘~다는 설명을 하다’로 쓰는 것도 그중 하나다. 우선 ‘~다고 설명하다’의 문법 구조를 알아보자. 이때 ‘-고’는 앞말이 간접 인용되는 말임을 나타내는 격 조사다. 이 용법은 글쓰기에서 아주 흔히 쓰이므로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아직도 네가 잘했다고 생각해?” 같은 데 쓰인 ‘-고’가 그것이다. 이때 앞말이 직접 인용되는 말임을 나타낼 때는 격 조사 ‘-라고’를 쓴다. “그는 ‘저는 홍길동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에 쓰인 ‘-라고’가 그것이다.

직접 인용에서는 원래 말한 그대로 옮기는 게 원칙이다. 문제는 ‘부사어+서술어’ 결합구조인 이 ‘~다고 설명하다’를 자꾸 관형어 문구로 바꿔 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관형어를 쓰면 필연적으로 뒷말에 명사가 와야 하므로 문형이 달라진다. ‘~다는 설명을 하다’, 즉 ‘관형어+명사+을/를+하다’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문장 변형은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톡톡히 재미 보다’ 할 것을 ‘톡톡한 재미를 보다’ 식으로 말한다. ‘각별히 신경 쓰다’는 ‘각별한 신경을 쓰다’로 변형돼 나타난다.

‘악수하다→악수를 하다/인사하다→인사를 하다/진입하다→진입을 하다/조사하다→조사를 하다’ 등 몇 가지 사례만 봐도 이런 유형의 함정이 얼마나 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힘 있는 문장’, 관형어 대신 부사어 써야
특히 부사어를 써야 할 곳에 습관적으로 관형어를 쓰는 경향을 조심해야 한다. ‘관형어+명사+서술어’ 형태를 버리고 ‘부사어+서술어’로 곧바로 쓰는 게 요령이다. ‘~다는’은 ‘~다고 하는’이, ‘~라는’은 ‘~라고 하는’이 각각 줄어든 말이다. 관형어 문구를 남발하면 글이 늘어져 문장에 힘이 빠질 수 있다. 부사어를 활용해야 문장에 리듬이 생기고 성분 간 연결이 긴밀해진다. 그것이 곧 ‘힘 있는 문장’을 만드는 여러 요체 중 하나다. 다음 문장을 통해 이를 확인해보자.

“OO시의 조치는 주민 편익과 지역경제를 우선시한 용기 있는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라는 평가를 받았다.’ 문장을 간결하고 세련되게 쓰기 위해 구조부터 살펴보자. 이는 ‘관형어+명사’가 목적어를 이루고, 그 뒤에 서술어 ‘받다’로 마무리한 형태다. 이런 서술부는 늘어지는 구조다. 말로 할 때는 ‘~라고 평가받았다’라고 한다. ‘~라고’를 쓰는 게 자연스럽고 간결한 인용 방식이다. 그러면 뒤따르는 말도 곧바로 서술어 ‘평가받다’가 온다. 이게 원래 말할 때의 어법이다. 글로 쓸 때 ‘~라는’이란 관형어로 바뀌는 것은 잘못된 글쓰기 습관 탓이다. 그러니 이어지는 말도 명사(‘평가를’)가 오고 그런 뒤에야 비로소 서술어 ‘받다’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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