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청년이 3.13초 만에 루빅큐브(3x3x3 큐브)를 맞춰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16일(현지시간) 기네스월드레코드에 따르면 한국계 미국인 맥스 박(21)은 지난 11일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 루빅큐브 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경신했다.
그가 세운 기록은 3.13초로, 종전 최고를 기록한 중국인 두우생의 3.47초보다 0.34초 빠른 결과다. 두우생의 기록은 이로써 4년 만에 깨졌다.
박이 세계 기록을 경신한 영상을 보면 그는 눈 깜빡할 새에 3x3x3 큐브를 맞췄다. 그는 초를 세기 전 비장한 표정으로 큐브의 6면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카운트가 시작되자 현란한 손놀림으로 큐브 각 면의 색을 맞췄다.
3.13초가 지나자 마구잡이로 섞여 있던 큐브는 정확히 6면 6색으로 정리됐다. 박은 "예스(yes)!"를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현장에 있던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그의 기록을 보고 함께 환호했다. 박의 시간을 잰 관계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머리에 손을 얹기도 했다. 손뼉을 치고, 자리에서 방방 뛰는 이들도 있었다.
박은 2살 때 자폐증을 진단받았다고 한다. 큐브는 자폐증 증세를 완화하고 정서 발달에 도움을 주기 위해 부모님이 가르치기 시작했다. 치료를 위해 시작한 큐브였으나, 박은 각종 큐브 대회에서 기록을 갈아치우며 재능을 보였다.
박의 사연은 넷플릭스 '스피드 큐브의 천재들'(2020)에서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다. 해당 다큐멘터리에는 박과 호주 출신 펠릭스 젬덱스가 우정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챔피언십을 위해 경쟁하는 내용이 담겼다.
박의 부모는 "큐브가 좋은 치료법이었다"며 "물병도 따지 못하던 맥스가 루빅큐브를 푸는 데는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들이 큐브를 잘하는 것은 사실 중요하지도 않았으며 대회에 나서는 것은 보너스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표현조차 못 하겠다"며 "상을 받으면서 악수하는 법과 같은 중요한 과제도 배웠다"고 덧붙였다.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결하라." 박의 신념이다. 기네스월드레코드는 "박이 이 모토에 따라 다음 세계신기록을 세우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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