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33개 국공립대학을 대상으로 부패 관련 전수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연구비 부풀리기와 횡령 등을 비롯해 불투명한 인사 관행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 등 교육개혁에 시동을 건 상황에서 이번 조사가 대학 구조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16일 정부 관계자는 “권익위가 국공립대를 대상으로 반부패 규범 운영실태 등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권익위 조사에는 국공립대가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할 만큼 부패 문제가 심각하다는 정승윤 권익위 사무처장 겸 부패방지 부위원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권익위가 지난 1월 발표한 ‘2022년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결과’를 보면 33개 국공립대의 청렴체감도 및 청렴노력도를 포함한 평균 종합청렴도는 75.2점으로 전체 공공기관(501개) 평균 점수인 81.2점보다 6점이나 낮았다.
국공립대는 청렴체감도(77.6점)에서 ‘계약(외부업무)’ 영역은 95.2점으로 높았지만 ‘연구 및 행정(조직 내부운영)’ 영역은 72.6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부패인식에 대한 체감도 점수가 낮은데다 부패경험에 따른 감점 폭이 컸기 때문이다.
연구·행정 관련 부패인식에서는 ‘연고관계 및 사적 이해관계 등을 통한 특혜 제공’(71.4점)이 다른 항목 평균(78.9점)에 비해 크게 낮았다. 부패경험에서도 ‘연구비 횡령·편취 빈도’(69.4점), ‘연구비 횡령·편취 경험률’(63.9점), ‘금품 등 요구·수수·약속 빈도’(52.3점), ‘조직 내부 운영과정에서의 금품 등 요구·수수·약속 경험률’(47.5점) 등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가 나왔다.
대학별로는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조직 운영에서 연구비 비중이 높은 연구중심대학들의 청렴체감도 점수가 최하위인 5등급을 기록하기도 했다. 청렴노력도에서도 국공립대는 ‘기관장·고위직의 노력과 리더십’ 지표가 가장 낮은 69.5점에 머물렀다.
대학교수와 관련된 연구비 관련 비리 의혹은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다. 경찰은 최근 연구비로 냉장고와 건조기 등 개인 물품을 구입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A교수의 횡령 혐의를 수사 중이다. A교수의 횡령 의혹 신고를 받고 조사한 권익위가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
대학가에서는 이번 권익위 조사가 윤 대통령이 연일 교육개혁을 화두로 꺼내든 것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혁신하는 대학은 과감히 지원하고, 그렇지 못한 대학은 퇴출당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15일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정부가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무는 혁신적인 대학들을 전폭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권익위 청렴도 조사에서 최하위(5등급)을 기록했던 강릉원주대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에 지원하면서 강원대와 통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4월 과감한 혁신안을 제시하는 비수도권 대학 30곳을 2026년까지 글로컬대로 선정해 학교당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형주/강진규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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