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는 열두 번 열렸다. 그때마다 우승자가 달랐다. 12개 대회에서 12명의 우승자가 나왔다. 올해 예정된 대회의 절반가량이 끝났는데도 2승 이상을 거둔 다승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얘기다. 박민지 혼자서만 6승씩을 거둔 작년, 재작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춘추전국시대가 왔다”는 얘기가 골프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들이 한국여자골프의 최강자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23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파72)에서 개막하는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서다. 이 대회에는 롯데오픈 우승자이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해외파’ 최혜진(24)을 제외한 11명의 ‘챔프’가 총출동한다.
박지영, 이정민, 이예원, 이주미, 최은우, 이다연, 박보겸, 임진희, 성유진, 방신실, 최혜진, 박민지….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에 출전하는 11명의 챔피언 중 그날 따라 운이 좋아서 우승한 선수는 없다. 이들이 각종 타이틀을 놓고 순위 다툼을 벌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상금왕 자리는 박지영(27·4억5799만원)과 이예원(20·4억2185만원)이 엎치락뒤치락 다투고 있다. 우승 없이 준우승만 세 차례 한 박현경(23)이 4억82만원으로 바짝 뒤쫓고 있다. 박현경이 BC카드·한경레이디스컵(우승상금 1억4400만원)을 거머쥐면 상금랭킹 1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대상 포인트도 비슷하다. 박지영이 266점으로 1위, 홍정민이 240점으로 2위다. 박현경(227점)은 3위다. 이 역시 이 대회 우승으로 얻을 수 있는 대상 포인트(60점)로 뒤집힐 수 있는 격차다. 평균타수에선 방신실(19)이 70.13타로 1위에 올라있다. 바로 뒤를 박지영(70.15타)과 이다연(70.57타)이 쫓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볼 때 올해 첫 다승자 후보 1순위는 방신실이다. 평균타수는 물론 평균 드라이브 거리(260.65야드)와 그린적중률(79.63%)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어서다. 규정 타수 만에 공을 그린 위에 올리지 못했을 때 파로 막는 리커버리율(67.27%·10위)도 높은 편이다.
페어웨이 안착률(65.24%·109위) 하나만 리그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방신실이 그런 전략을 쓴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드라이버로 최대한 멀리 보낸 다음 웨지로 힘껏 공을 퍼내는 ‘밤&가우지‘(bomb&gouge)’ 스타일이어서다. 세컨드 샷 거리가 짧으면 러프에서 웨지로 쳐도 그린에 세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전략이다.
포천힐스CC가 장타자에게 유리한 것도 방신실에겐 호재다. 대회조직위원회는 포천힐스CC에서 열린 지난 네 번의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8번홀(파4), 18번홀(파5) 티잉 에어리어를 대폭 앞으로 당겨 선수들에게 도전적인 플레이를 유도했다. 그래서 8번홀과 18번홀은 각각 1온과 2온이 가능한 승부처로 꼽힌다.
일각에선 포천힐스CC에선 해마다 예측불허 승부가 펼쳐진 만큼 객관적인 전력 평가는 무의미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2019년부터 포천힐스CC에서 열린 지난 네 번 대회 모두 ‘역전 우승자’를 배출했다. 특히 조정민(29)이 우승한 2019년 대회에선 7타가 뒤집히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2021년 대회에선 임진희(25)가 마지막 날에만 6언더파를 몰아쳐 경기를 뒤집었다. 네 번의 대회 중 두 번은 연장 승부 끝에 우승컵의 주인이 가려졌다. 강심장일수록 유리한 대회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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