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공정 장비주가 급등하고 있다. 대만 TSMC,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업체에 장비를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 급등의 배경이다.
주가 급등의 신호탄은 레이저 리플로우 업체 프로텍이 쐈다. 프로텍은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67.04% 급등했다.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될 정도였다. 리플로우는 반도체 회로의 토대가 되는 인쇄회로기판(PCB)과 부품을 서로 붙이는데 쓰이는 장비다. 레이저 리플로우는 레이저를 활용해 이 작업을 한다.
다른 장비주도 줄줄이 올랐다. 레이저쎌과 에스티아이는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각각 40.16%, 39.53% 상승했다. 피에스케이홀딩스는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44.70% 상승했다. 레이저쎌은 레이저 리플로우를, 에스티아이와 피에스케이홀딩스는 MASS 리플로우(레이저 대신 열과 압력을 활용)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프로텍이 급등한 건 "이 회사가 미국 반도체 후공정 기업 앰코와 맺었던 독점 공급 계약이해지됐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반도체 기업이 프로텍에게 이 장비를 공급 받고 싶어했지만 독점 계약 때문에 불가능했다. 계약이 종료되면서 당장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프로텍의 장비를 들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레이저쎌도 레이저 리플로우를 만든다. 레이저쎌 주가가 오른 건 프로텍이 급등하면서 이 종목도 같은 테마로서 주목 받았기 때문이다. 레이저쎌은 2021년 TSMC에 장비를 공급했던 전력이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TSMC가 주난 공장을 지난해 3분기부터 가동하고 있는데 여기에 레이저 리플로우를 추가로 들여놓을 수 있다"며 "실제로 들여놓을 경우 프로텍과 레이저쎌의 장비가 구매 후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에스티아이와 피에스케이홀딩스가 만드는 MASS 리플로우와 관련해서는 "이 장비가 SK하이닉스에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 반도체 제조에 MASS 리플로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스티아이는 SK하이닉스와 함께 MASS 리플로우를 개발해 지난해 이 회사에 납품한 전력이 있다. 공동 개발했어도 품질에 만족 못하면 구매를 포기할 수 있지만 당시 SK하이닉스는 그러지 않았다. 피에스케이홀딩스는 MASS 리플로우뿐만 아니라 디스컴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디스컴은 고성능 HBM 반도체를 만드는데 필요한 장비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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