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값 75% 급등…"내달 햇소금 나와야 진정"

입력 2023-06-16 17:47   수정 2023-06-17 00:55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국내에서 ‘소금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면서 천일염값이 급등세다. 20㎏짜리 업소용 소금은 최근 열흘 새 75% 이상 올랐다.

하지만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오염수 방류가 동북아시아의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반복됐던 흐름이다. “햇소금이 유통되기 시작하는 7월부터는 가격이 안정세를 찾을 것”이란 게 현장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업소용 소금 75% 급등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전날 소매시장에서 굵은소금(5㎏)은 평균 1만2942원에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1만2500원)보다 3.5%, 1년 전(1만1185원) 전보다 15.7% 비싼 가격이다.

중간 유통시장에서는 상승폭이 더 컸다.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업소용 소금(20㎏) 판매량 1~3위 제품은 열흘 전보다 가격이 평균 75.9% 급등했다.

천일염 가격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오염수 불안이 대두할 때마다 급등한 뒤 잠잠해지는 패턴을 반복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에는 전남 신안군산 천일염이 20일 만에 2만t 판매돼 30년 만에 소금값이 최대 폭으로 뛰었다. 2021년 4월엔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가운데 장마와 태풍으로 생산량까지 줄어 1년 새 도매가가 66.0% 오르기도 했다.
○만성적 공급 부족
천일염 시장은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등으로 생산단가 상승세가 고착해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가격이 급등할 공산이 큰 구조가 형성됐다. 우선 고령화로 폐업하는 염전이 많이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의 염전 면적은 2012년 총 1만143㏊에서 지난해 8362㏊로 10년 만에 17.6% 축소됐다. 여의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 염전이 문을 닫은 것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염전 수익성이 지속해서 악화하는 와중에 일손도 구하기 어려워져 태양광발전 시설 설치를 선택하는 농가가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기후의 영향도 커지는 추세다. 소금을 생산하는 3월부터 10월까지 많은 비가 내리면 일조량이 부족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다. 극심한 폭우와 태풍이 들이닥쳤던 2013, 2018, 2020년 모두 소금 생산량이 급감했다.

후쿠시마 이슈가 터지면 가격이 급등하는 흐름에 익숙한 일부 중간도매상이 관련 소식이 나오면 곧바로 소금 사재기에 나서기도 한다. 국내 천일염 최대 산지인 신안군 소재 수협에서 ‘소금 대란’이 시작됐던 이달 초까지만 해도 대형마트를 찾은 일반 소비자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소금값 고공행진 언제까지
업계에서는 소금값 추가 상승을 예상한 유통업자들이 출하 시기를 미뤄 품귀 현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안군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유억근 마하탑 대표는 “소금을 사용해 새우젓 등을 담가야 하는 어민의 부담도 커졌다”며 “현재 시장에 유통 중인 2021년, 2022년산 소금에 더해 7월부터 햇소금 유통이 시작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올해는 ‘슈퍼 엘니뇨’가 큰 변수다. 엘니뇨가 비를 몰고 오면 생산량이 급감해 소금가격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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