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CAMP를 적용해 전남 여수공장에서 생산하는 고흡수성수지(SAP)의 탄소 발자국을 자동으로 측정하고 있다. 스코프1(직접 배출 탄소), 스코프2(간접 배출 탄소), 스코프3(협력사 배출 탄소)별로 탄소가 얼마나 나오는지를 알려준다. SAP는 자기 무게의 200배 이상 물을 흡수하여 기저귀 등 위생용품 생산에 쓰인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고객사 요청에 맞게 제조 공정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예컨대 고객사가 기존 제품보다 탄소 배출을 50% 줄인 SAP를 요구하면 감축 시나리오를 10분 안으로 산출해준다. 지금까지 사내 시스템에 데이터를 일일이 입력해야 해 수개월 걸리던 작업이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CAMP 시스템을 적용할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수백 개 제품 포트폴리오의 전 생애주기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며 “2년 뒤엔 모든 제품의 탄소 배출 시나리오를 이르면 수분, 늦어도 수일 내 도출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탄소 통합관리 시스템(넷제로 관리 시스템)’도 사업부별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CAMP와 별도로 제품 생산에 소모된 에너지 사용량, 에너지원 종류(액화천연가스·스팀·전력 등) 등 탄소 관련 정보를 한 번에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사람이 건강 검진을 받듯, 기업이 탄소 검진을 통해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보여준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경영진이 경제성을 비교해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고도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수백만 t에 이르는 대규모 감축 과제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천~수만 t에 달하는 숨어 있는 프로젝트를 찾아내야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LG화학은 CAMP와 넷제로 관리 시스템을 통해 글로벌 각국의 탄소 배출 규제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고객사들이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정확하게 알고 싶어 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탄소 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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