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삼양식품 등 라면 업체들이 끝내 제품 가격 인하 검토에 나섰다. 라면 기업들은 지난해 9월부터 줄줄이 단행한 가격 인상과 해외 부문 호실적 등의 영향으로 지난 1분기에 대폭 개선된 실적을 잇따라 내놨다.
이를 계기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라면의 원자재 중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밀 가격이 많이 떨어진 만큼 이제는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했다. 라면 기업들은 “아직 원가 부담이 상당하다”며 손사래를 쳐왔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강하게 압박하자 태도를 바꾼 것이다. 라면 회사들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가격을 인하한 후 지금까지 가격을 내린 적이 없다.
추 부총리의 발언이 알려진 직후만 하더라도 “가격 인하 계획은 없다”고 버티던 라면 업체들은 오후가 되면서 입장을 속속 바꿨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측도 “여러 가지 어려운 실상이 있지만 가격과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주요 라면 회사 경영진이 ‘국민 고통 분담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하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팜유와 합쳐 전체 생산비용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밀 시세가 하락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추 부총리는 이날 방송에서 국제 밀 가격이 지난해보다 많이 내린 것을 라면값 인하의 정당성 근거로 제시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소맥 선물의 이달 평균 가격은 t당 231.0달러로 지난해 5월과 10월 대비 각각 44.9%, 27.7% 떨어졌다.
라면 업체들은 가까스로 회복한 수익성(영업이익률)이 다시 악화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내 1위 농심은 2021년과 2022년 3%대에 머무른 영업이익률이 1분기에 가까스로 7%대로 올라왔다. 이는 비교 대상으로 꼽히는 일본 1위 닛신이 매년 8~10%의 이익률을 꾸준히 내는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국제 밀 가격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최근 다시 격화해 반등 추세를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라면 회사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반토막 났던 영업이익률이 해외 판매 호조로 올 들어 가까스로 정상화됐다”며 “원가 부담이 전반적으로 큰 상황에서 국제 밀 가격만을 이유로 가격을 내리면 수익성이 다시 악화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