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17년째 PC방을 운영 중인 이준영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감사는 최근 서빙 로봇 도입 계약을 맺었다. 인건비를 더는 감당하지 못해서다. 그는 “1800만원 정도 하는 서빙 로봇은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 400만원 정도만 자부담하면 된다”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3000원까지 오른 만큼 도저히 업장을 유지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치솟으며 압도적인 아시아 최고를 차지한 데 이어 영국, 독일, 베네룩스 3국 등과 함께 유럽 정상권인 프랑스를 넘보고 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더는 못 버틴다”는 ‘절규’가 영세 중소기업·자영업자 사이에서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절대액의 국제 비교뿐 아니라 소득 대비 상대적 수준에서도 ‘최저임금이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21년 기준 61.3%에 달했다. 2016년까지 50%를 넘지 않았던 이 지표는 2019년 60%를 처음 넘겼다.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유독 한국만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일본은 2000년 32.2%에서 2021년 44.9%로 오르는 데 그쳤다. 근로자의 목소리가 강한 프랑스에선 같은 기간 수치가 61.6%에서 60.9%로 하락했다. 임금에서도 수요·공급의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미국에선 이 비율이 2000년 35.7%에서 2021년 29%로 눈에 띄게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은 28.7%에서 60% 이상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최저임금의 중위 임금 대비 비율이 높은 것은 시장 왜곡, 경제 후진성의 상징으로 여겨질 수 있다. OECD 30개국 가운데 한국보다 이 비율이 높은 곳은 콜롬비아, 튀르키예, 코스타리카, 칠레, 뉴질랜드, 포르투갈 등 6곳밖에 없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이 60%를 초과했다는 것은 시장 기능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인상률도 너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5년(2017~2021년)간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을 주요 7개국(G7)과 비교하면 최대 7.4배나 높았다. 중소기업중앙회 분석 결과,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62%를 기록하고 물가는 1.56% 오른 데 비해 최저임금은 연평균 7.25%나 뛰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2022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 비교’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75만6000명에 달했고 최저임금 미만율은 12.7%였다. 농림어업(36.6%)과 숙박·음식점업(31.2%)은 상황이 특히 심각했다. 업종과 관계없이 5인 미만 사업장의 최저임금 미만율도 29.6%에 달했다.
한계상황에 몰린 자영업자도 급증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자영업자 연평균 소득은 2017년 2170만원에서 2021년 1952만원으로 줄었다. 특히 소득 하위 20%인 영세 자영업자들의 연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186만9000원에서 84만1000원으로 55.0% 급감했다.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늘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2018년 59.2%에서 지난해에는 64.8%로 높아졌다.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도 흔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020년 1분기 700조원에서 지난해 4분기 1019조8000억원으로 45.7% 뛰었다.
현장에선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부산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A씨는 “상식적으로 최저임금이 일본보다 높은 게 말이 되냐”며 “최저임금을 또 올리면 직원을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경주/오유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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