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 손해배상은 노조원별 책임 정도를 일일이 파악해 청구해야 한다’는 엊그제 판결이 걱정을 증폭시켰다. 민법에는 ‘공동 불법행위자의 연대책임’이라는 원칙이 명문화돼 있다. 또 개별 노조원의 불법 가담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형식 논리를 앞세워 불법파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봉쇄해 버렸다. 위헌 논란이 많은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와 동일한 맥락의 판결이다. 법률 해석권자를 넘어 준입법자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형해화시키고 만 꼴이다.
말년에 부쩍 거세진 김명수 사법부의 친노조 판결은 ‘사법 폭주’라 부를 만하다. 작년 11월에는 상여금 지급 대상을 ‘재직자’로 한정하면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다’던 판례를 10년 만에 뒤집었다. 악명 높은 ‘쌍용차 옥쇄파업’ 면죄부 판결도 같은 시기에 나왔다. 법원 퇴거명령과 공권력 집행을 거부하며 경찰 헬기 등을 파손한 불법에 손해배상을 명한 1·2심을 뒤집고 ‘정당방위’로 판단해 버린 것이다. 두 달 전에는 불법파견된 하청 근로자가 최대 10년치 임금차액을 원청에 청구할 수 있다는 판단도 내놨다. 임금채권 소멸시효(3년)를 적용하던 이전 판례를 갈아치운 파격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의 일련의 노사 판결에서 공정과 상식은 실종됐다. ‘기업은 악, 노동자는 선’이라는 낡은 이분법과 편향만 넘친다. 오죽했으면 하급심이 대법원 판결을 따르기는커녕 줄줄이 뒤집는 지경이다. 경제계에선 “노사 관련 재판만큼은 임기 내에 하지 말고 차리리 지연시켜 달라”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퇴임을 앞두고 여러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 같다’는 시중의 수군거림이 부끄럽지도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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