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각 자료를 동반한 프레젠테이션(PT) 전성시대다. 기업이나 단체의 신제품·신사업·성과 발표, 프로젝트 수주는 물론 초·중·고교, 대학의 과제 발표에서도 PT는 필수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는 ‘PT의 전설’로 통한다. 1980년대 초 매킨토시부터 2010년 아이패드까지 30여 년에 걸쳐 신제품 공개 때마다 흡인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PT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결은 정보 전달 위주의 따분한 슬라이드 쇼를 악당과 영웅, 주연과 조연이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바꾼 데 있다. 간결한 메시지, 쉬운 용어가 특징인 그의 PT가 한 번 있을 때마다 고객이 수백만 명씩 늘어나 ‘스티브 잡스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
잡스 이후 PT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필수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PT의 완성도가 제품 인기와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CEO의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로 자리 잡으면서 ‘PT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유창한 영어는 기본이고, 차별화한 스토리와 무대 연출로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20일) 프랑스 파리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제4차 경쟁 PT를 직접 영어로 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미국 의회 영어 연설로 호평받은 터라 ‘PT의 달인’으로도 주목받을지 기대된다. 전쟁의 상흔을 딛고 경제대국, 문명국가로 일어선 대한민국의 매력과 비전을 담은 이야기로 전 세계를 설득하고 감동도 주길 기대한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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