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회복 부진에 고전 중인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國潮·궈차오)' 현상에 이중의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소비 시장은 5년 전만 해도 외국 브랜드들이 지배했지만, 현재는 중국 브랜드 다수가 자국의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중국산 브랜드들이 자국인 맞춤형 제품을 내놓고, '가성비' 측면에서 더 좋다는 평가다. 중국인의 피부색에 어울리는 화장품을 내세운 중국 화장품 브랜드 퍼펙트다이어리와 플로라시스는 2021년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15%를 차지했다. 6년 전 이들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0에 가까웠다. WSJ에 따르면 중국의 화장품 브랜드 퍼펙트다이어리의 12색 아이섀도 팔레트는 최저 15달러(약 1만9000원)로 로레알의 6색 아이섀도 팔레트(23달러)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특히 젊은 세대가 애국 소비에 적극적이라는 게 WSJ의 진단이다. 이들은 중국의 고속성장을 경험해 자국 제품과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고, 신생 브랜드에도 개방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미?중 갈등 등으로 중국 기업과 상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영향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브랜드 리닝이 지난 2018년 뉴욕패션쇼에서 자국을 상징하는 빨강과 금색으로 이뤄진 스포츠웨어 컬렉션을 선보인 후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현상은 더 불이 붙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리닝은 올림픽 체조 금메달리스트 리닝이 세운 브랜드다. 이 브랜드의 스니커즈는 200달러(약 25만6000원)의 가격에도 인기가 높다. 또 다른 중국 브랜드인 안타스포츠의 중국 시장 매출은 나이키를 앞지르며 지난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리닝과 안타스포츠의 중국 스포츠웨어 시장 점유율이 2020년 15%에서 내년 22%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아디다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19%에서 11%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디다스는 중국 소비자를 잡기 위해 맞춤형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있다. 아디다스는 팔에 고유의 3줄 무늬와 함께 'CHINA'가 볼드체로 프린트된 스포츠 의류를 출시했고, 나이키는 십이지(十二支)의 열두 동물이 그려진 스니커즈를 제작했다.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는 한국 기업에도 근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1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대중국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2.7%가 중국에서 일어나는 애국 소비 열풍으로 한국 제품과 중간재에 대한 선호도 감소를 체감한다고 답변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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