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도심 내 서울백병원의 기능이 지속 유지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해당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시는 중구청에서 도시계획시설 결정안을 제출하면 열람공고 등 주민 의견을 청취한 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즉각적인 절차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이 되면 해당 부지는 병원 등 의료시설로만 쓰일 수 있다.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 부지를 매각하더라도 병원시설은 계속 유지된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이날 오후 3시께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사회 상정안이 통과될 경우 오는 8월말 폐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원안이 의결되면 지난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백병원이 82년만에 사라지게 된다.
각종 언론보도를 통해 백병원 폐원 전망이 나오자 서울시는 이러한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사회 회의를 앞두고 서울시가 폐원을 막을 방안을 내놓게 되면서 이사회 결정에 영향을 미칠것으로 전망된다. 백병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의사들은 서울시의 입장에 환영하고 있다”며 “재단이 폐원 결정을 그대로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백병원이 중구 내 유일한 대학병원이자 감염병 전담병원인 만큼 지역 내 의료 공백 등이 생기지 않도록 서울백병원에 도시계획적인 지원책을 펼친다는 계획도 갖고있다.
앞서 중구의회도 지난 19일 오후 백병원에 폐원결정 철회 요청 공문을 보냈다. 중구의회는 “폐원시 도심 내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대규모 안전사고에 따른 응급수술과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재난에 신속한 대처가 불가하다”며 “국민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병원 측을 빠른 시일 내에 만나 병원 폐원을 막을 방안을 논의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폐원안이 통과되더라도 해당 부지의 의료 기능이 지속 유지될 수 있도록 지역 주민과 관련 기관들이 논의해 나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울시는 서울백병원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구와 종로구 등 도심 일대에 위치한 서울대병원, 적십자병원, 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 등 4개의 종합병원에 대해서도 모두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백병원처럼 시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회적 책무가 따르는 의료기관은 지역사회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그 역할을 지속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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