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챌린지'에 도전하려고 댄스 학원 등록했어요"
'댄스 챌린지' 영상을 촬영하는 취미가 생겼다는 직장인 고모 씨(26)는 "시간 날 때마다 '댄스 원데이 클래스'를 신청해 듣고 있다"며 "원래는 취미로 댄스 수업을 가끔 들었는데, 이제는 남들도 다 올리는 챌린지 영상을 '나도 한번 올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열정적으로 수강 중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댄스 챌린지에 빠진 것은 고 씨뿐만이 아니다. 고 씨의 댄스 학원 강사는 "인기 있는 아이돌들의 신곡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찍고 싶다고 수강을 문의하는 10~20대 여성 수강생들이 부쩍 늘었다"며 "평소 춤에 관심 없던 분들도 'SNS에서 많이 봤는데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라면서 들으러 오시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10~20대 연령층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 댄스 챌린지 영상을 올리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연예인이나 댄서에게만 한정됐던 댄스 챌린지가 일반인들까지 퍼지자, '댄스 열풍'은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댄스 챌린지는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 등에 1분 이내의 춤 추는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것을 뜻한다. 2020년 가수 지코가 자신의 노래 '아무 노래'의 하이라이트 부분에 맞춰 춤을 추는 숏폼 영상을 게재해 화제가 되면서 유행이 시작됐고, 2021년 돌풍을 일으킨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인기를 얻으면서 현재까지 많은 젊은 세대에게 댄스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곡 공개시 챌린지 영상 촬영은 요즘 필수"라며 "워낙 많이들 하니 서로 상부상조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 해외 팬들까지 다양한 콘셉트로 댄스 챌린지를 하나의 놀이로 즐기고 있다. 직장인 이모 씨(27)는 "춤을 못 추는 편이라서 춤을 잘 추는 일반인들이 올린 챌린지 영상을 보고 대리만족을 느낀다"면서도 "요즘 뜨는 노래나 유행하는 문화를 알기 위해 챌린지 영상을 시청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정규 1집 수록곡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는 댄스 챌린지에 힘입어 지난 18일 기준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톱 5'에 오르는 등 역주행 돌풍을 일으켰다. 틱톡에서 '해시태그(#) 이브_프시케_그리고_푸른 수염의 아내' 해시태그로 공유된 영상의 총조회수는 3억5000만회에 달한다.
브랜드나 제품을 알리고자 댄스 챌린지 이벤트를 진행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3일 DGB금융그룹은 'Z세대와의 거리 좁히기'를 주제로 한 '숏폼의 왕' 콘텐츠를 공개하고, SNS 유명 인사인 음악 프로듀서 겸 크리에이터가 만든 음원 및 안무로 댄스 챌린지를 이어가는 방식의 이벤트를 내걸었다. 숏폼에 익숙한 Z세대 고객을 겨냥한 신규 마케팅으로 이들 세대의 참여를 유도하며 적극적 소통에 나서기 위한 취지라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맥도날드는 지난 3월 이 브랜드 모델로 발탁된 뉴진스와 함께 '치킨 댄스 캠페인'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10개국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Z세대에게 인기 있는 뉴진스가 '맥도날드 치킨 송'에 맞춰 '치킨 댄스'를 선보이는 방식이다.
지자체 등에서도 캠페인 등 홍보 수단으로 댄스 챌린지를 선택했다. 하남시는 '젊은 세대 눈높이 맞춤 영상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유튜브 내에서 '공직자 댄스 챌린지' 등을 선보여 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해당 영상은 지난 3월 기준 전월 대비 유튜브 조회수 증가율 304%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구독자 수 역시 전월 대비 14% 늘어나는 효과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댄스 챌린지가 젊은 세대의 '놀이'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댄스 챌린지의 유행이 오래갈 수 있는 이유로는 10~20대의 폭발적인 유튜브, 인스타그램 사용량 등을 꼽았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SNS와 디지털 미디어 및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이라는 분석이다.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지난 4월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Android + iOS)를 표본 조사한 결과, 10~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앱 1위인 카카오톡에 이어 유튜브가 1420만명으로 2위, 인스타그램이 941만명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이들 세대가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사용 시간이 364억분에 달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댄스 챌린지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촬영을 이어가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피해 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29)는 "사람이 몰리는 여행지에 주차장이 만석이라 주차할 곳을 겨우 찾고 있는데, 딱 남은 한자리 앞에 삼각대를 세워두고 댄스 챌린지를 촬영 중인 커플을 봤다"면서 "차가 천천히 다가오는데도 비켜주지 않길래 창문을 열고 양해를 구했는데, 커플이 열심히 찍던 영상이 끊겼는지 툴툴거리길래 살짝 실랑이가 오갔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 장모 씨(26)는 "얼마 전 한 중학생들이 매장 내 전신 거울 앞에서 댄스 챌린지를 찍겠다고 2~3시간가량 머물다 갔다"며 "당시 매장에는 그 손님들 뿐이어서 별말을 안 했지만, 매장에 들어오려고 하시던 분들도 학생들을 보더니 발걸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