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대신 타액으로 당 측정…패러다임 바꿀 것"

입력 2023-06-20 17:52   수정 2023-06-28 16:30

피 대신 침으로 몸속 당을 측정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 동운아나텍이 임상에서 기존 상용화된 혈당측정기에 버금가는 정확도를 확보하면서다. 아직 정식 임상 등 허가를 위한 절차가 남았지만 세계 최초의 타액 기반 당 측정기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탐색임상에서 가능성 확인
동운아나텍은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한 타액(침) 기반 당 측정기 ‘디살라이프(D-SaLife)’의 탐색적 임상시험 결과 보고서를 수령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임상은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300명을 대상으로 했다.

디살라이프의 정확도는 92.5%였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간이혈당측정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디살라이프는 타액수집기를 20~30초가량 물고 있다가 검사지에 침을 떨어뜨리면 12초 이내에 당 수치를 알려준다. 임상을 진행한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제품인데도 기대 이상의 데이터가 나왔다”고 했다.

동운아나텍은 올해 본격적으로 상용화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사진)는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정식 임상을 위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술 이전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지난해 초 114명을 대상으로 한 차례 탐색임상을 했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 이전 조건으로 더 많은 임상 데이터를 요구했다. 300명 규모 탐색임상을 다시 한 배경이다. 김 대표는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기업 2~3곳과 벌써 기술 이전을 위한 미팅이 잡혔다”며 “허가 절차를 해외 파트너사와 함께할지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반도체 기술 접목…R&D만 7년
동운아나텍이 기존에 없던 당 측정기를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다. 침 속 당의 농도는 피보다 55배가량 묽은 데다, 침에는 다양한 이물질이 섞여 있어 측정이 쉽지 않다. 동운아나텍은 시스템 반도체 기술로 이를 극복했다. 미세전류 제어 기술을 활용해 고민감도 타액 당 측정기를 개발해냈다. 연구개발(R&D)에만 7년이 걸렸다.

김 대표는 “자체 개발한 검사지 내 효소 복합물은 오직 타액 속 포도당과만 특이적으로 반응하도록 설계했다”며 “채혈 고통 없이 당 수치를 측정하는 진단기기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져왔지만 실제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당뇨병 예방에 기여할 것”
회사 측은 디살라이프가 침으로 채혈하는 기존 당 측정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혈에 거부감이 있는 당뇨 환자나 일반인이 거부감 없이 당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당뇨병 환자는 5억4700만 명, 전당뇨인과 미진단자를 포함한 수는 16억6500만 명에 달한다. 2030년에는 각각 6억4200만 명, 19억2200만 명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김 대표는 “당뇨병을 진단받진 않았지만 식습관 등으로 자칫 몸관리를 잘못하면 당뇨병에 걸릴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위험하다”며 “당뇨병은 한번 걸리면 평생 환자로 살아야 하는 만큼 한발 앞서 자기 수치를 측정하고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 디살라이프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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