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박(박근혜)계 ‘올드보이’가 세 결집을 위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최경환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총선 출마 채비에 나선 데 이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20일 대규모 심포지엄을 열었다. 당 내부에선 중도층 이탈을 우려해 이들의 활동 재개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정치권에선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들의 출마설이 파다하다. 친박계 핵심이었던 최 전 부총리는 자신이 4선을 했던 경북 경산에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죄로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이 확정된 최 전 부총리는 지난해 말 사면된 뒤부터 지역 활동을 재개했다고 한다. 한 지역 인사는 “실세이던 시절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지역에 몰아준 데다 조직이 살아 있어 무소속으로 나와도 당선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우 전 수석은 고향인 경북 영주나 대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내에선 이들 출마설에 비판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영남권 한 재선 의원은 “사면을 받긴 했지만 결국 유죄 판결을 받은 것 아니냐”며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출마설이 나오는 것 자체가 악영향”이라고 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우 전 수석 출마는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소환하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여권 주류에서 친박계의 복귀를 꺼리는 건 윤석열 정부 들어 과거 친박과 각을 세운 MB(이명박)계가 대거 중용됐기 때문이다. 친박 인사가 원내에 진입해 세력을 구축할 경우 새로운 당내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선 대구·경북(TK)에 정치적 기반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접촉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일부 친박계 올드보이의 원내 진입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만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총선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며 “이들의 출마가 박 전 대통령의 뜻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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