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휴대폰만 보던 아이가 활기차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뻐요” (B양 어머니)
”운동을 통해 에너지를 발산하니까 아이들의 정서도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한세영·세하 자매 어머니 김민경 씨)
지난 1일, 어른과 초등학생 20명이 서울 금천구 옛 한울중학교 부지에 조성된 ‘모두의 운동장’에 들어섰다. 유니폼 색으로 팀을 나눈 이들은 모두 성인 여성 또는 여자 아이였다. 이들은 인사이드, 아웃스텝 킥 등 축구의 기본기를 익힌 뒤 20분가량 미니게임을 했다.
스포츠용품 업체 나이키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과 손잡고 이날 여성들이 운동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마련한 ‘액티브 모두’ 축구교실을 진행했다. 작년 5월부터 초등학생(8~13세)을 대상으로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액티브 모두’ 프로그램의 하나다.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스포츠의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들 신체 활동 시간은 현저히 적다. 지난해 10대 청소년의 생활체육 참여(일주일에 1회·30분 이상 운동) 비율은 52.6%에 불과했다(2022년 문체부 통계). 70대 이상 노년층의 생활체육 참여율(54.3%)보다도 낮았다.
학교, 학원 수업 등으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데다 그나마 있는 휴식시간도 외부 활동이 아닌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속 세상을 탐구하는 데 보낸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1년 10대 청소년의 37%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다.
아이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코치, 가족, 어른들도 이날 운동장 잔디를 밟았다. 대학 졸업 후 단체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없었다는 직장인 최모씨는 “책상 앞에만 앉아 있다가 오랜만에 운동을 하니까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함께 스포츠 시합에 참여하며 신체발달 뿐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성장하는 법을 배웠다. 한세영 양은 “승부욕이 세서 친구들이랑 운동 경기를 할 땐 지면 기분이 안좋았는데 어른들이랑 하니까 승부에 대한 생각없이 행복하게 뛰어놀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스포츠를 통해 배우는 건 비단 경쟁만이 아니라는 의미다.
신체 활동량 증가는 사회 전체를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명왕성 한신대 특수체육과 교수는 “교실 안팎에서 벌어지는 여러 문제는 결국 예체능 교육이 현저히 부족해서”라며 “아이들이 에너지와 스트레스를 마음껏 분출할 수 있는 신체활동 시간이 늘어나야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지자체도 나서 아이들의 신체 활동 시간을 늘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교육부는 작년 3월 학교체육 활성화 추진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초등학교 대상으로 다양한 수준의 체육활동 및 학교스포츠클럽 운영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대한체육회와 손잡고 ‘신나는 주말체육학교’, ‘지정 스포츠클럽 학교 특화 프로그램’등을 운영키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4~5월 전국 최초로 ‘놀 권리’를 보장하는 장전 선언을 하고 놀이시설 등을 확충하는 내용의 ‘우리 아이 행복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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