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 포레온)을 둘러싼 공사비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최근 둔촌주공 조합은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공사비 검증 결과를 통보받았다. 부동산원은 증액 공사비 1조1385억원 중 14%인 1621억원에 대해서만 검증했고, 이 중 377억원 감액하라고 결론 내렸다.
둔촌주공은 작년 4월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가 벌어졌을 정도로 공사비 갈등이 첨예한 사업지다. 그해 8월 조합과 시공단이 증액된 공사비에 대해 부동산원에 검증을 맡기기로 하면서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 검증 결과가 공사비 증액분의 일부에 그치면서 나머지 1조원에 가까운 공사비가 문제로 남았다. 조합은 “검증 불가한 부분에 대해 시공단과 합의로 해결하고자 한다”고 했지만, 이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재(대한상사중재원)나 소송으로 가야 한다.
둔촌주공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1년 새 건자재와 인건비가 큰 폭으로 오른 탓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지 중 공사비 갈등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도 2020년 13건, 2021년 22건, 지난해 32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올해는 14건이 진행 중이다.
둔촌주공 사례에서 보듯 공사비 검증제도는 ‘만능키’가 될 수 없다. 공사비 인상분의 책임분담 비율을 정하려면 분양예정가, 분양 시기 등이 확정돼야 한다. 이는 시공사와 조합이 합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검증한 부분도 법적 강제성이 없다. 서울시는 올 3월 표준계약서를 개정하고 공사비 증액 때 사전 협의하도록 유도한다고 밝혔다. 현장에선 “효용은 없고 공사 기간만 지체시킨다”는 냉소적 반응 일색이다.
출구가 없는 분쟁에는 장기 소송전, 공사 중단 같은 극단의 선택지만 남게 된다.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사업장에선 건설사들이 잇따라 발을 빼고 있다. 지난 20일 DL이앤씨는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 10단지’ 재건축 조합원에게 입찰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보냈다. ‘과천주공 10단지’는 경기도에서도 사업성이 가장 좋은 단지로 알려진 곳이다.
건설사는 공사비를 늘리지 못하면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조합은 분양가를 무작정 높일 수 없으니 타협점 찾기가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서둘러 합리적인 중재기관을 만들어 공사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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