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블러로 인해 우리의 삶은 더 편하고 즐겁고 풍요로워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기업으로선 새로운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필자가 몸담은 금융산업은 더욱 그렇다. 많은 금융전문가는 앞으로 금융이 새로운 생태계로 확장하고 고객의 일상생활과 결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인데,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효과적으로 미래 금융에 대응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금융자본 육성과 책임경영 강화를 목표로 금융지주회사가 출범했다. 이후 금융지주회사는 대형화, 겸업화를 통해 20여 년 만에 평균 자산 규모를 4.4배로 키웠고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등 안정적인 금융산업 기반을 마련해 국가 경제 기여에 앞장서 왔다.
최근에는 소비자 변화에 맞춰 고객 중심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자회사 간 복합교차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였고, 인수합병(M&A)이나 신규 비즈니스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금융지주회사가 있다. 개별 금융사보다는 금융지주회사가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금융지주회사 자산 규모는 글로벌 60~70위권에 불과하다. JP모간,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선두 금융사와는 차이가 크다. 다른 이유도 있지만 비금융회사에 대한 주식 소유 제한, 계열사 간 고객 정보 활용 제약 등 엄격한 규제 영향이 커 보인다. 미국은 핀테크 투자에 대한 유연성을 확대했고, 계열관계 금융사는 정보 공유에 제약이 없다. 일본, 호주도 금융고객 정보 공유가 자유로워 방대한 거래 데이터를 디지털 수단과 결합해 나가고 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은 금융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이런 규제는 미래 지향적으로 바뀌어야 하고, 그 속에서 금융지주회사의 역할은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에는 전체 악기 소리를 조감하며 연주를 이끌어 나가는 ‘지휘자’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명지휘자를 ‘마에스트로’라고 부른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가 단원을 이끌며 하모니를 만들었던 것처럼, 금융지주회사들이 완벽한 조율을 통해 지휘자를 넘어 금융의 마에스트로, ‘금마에’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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