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에이직랜드, 퀄리타스반도체 등 반도체 설계·개발 업체가 잇따라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 풀린다. 이들 업체는 반도체 중에서도 '시스템 반도체'를 전문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챗GPT'가 촉발한 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 업종과 맞물리면서 AI 반도체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란 판단 아래 상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단 분석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파두, 퀄리타스반도체, 에이직랜드는 연내 코스닥 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이들 3사는 지난 3~5월 각각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본격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파두는 데이터센터용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를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전문 설계자산(IP) 기업으로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 문을 두드린다. 여기서 IP는 음악·미술 등의 분야에서 쓰이는 지식재산권이 아닌 일종의 '기술'이다.
SK그룹 산하의 AI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사피온도 이달 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벤처케피탈(VC) 투자가 잇따르는 퓨리오사AI도 상장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퓨리오사AI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직접 설계 개발하는 업체다. NPU란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모방해 만든 시스템 반도체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AI에 최적화됐단 평가다.
AI 반도체는 챗GPT와 같은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저전력으로 처리하는 시스템 반도체의 종류다. 로봇,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기술 고도화로 많은 양의 데이터 처리가 효율적으로 가능한 반도체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 수요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AI 칩 시장은 2022년 168억6000만달러에서 2032년 2274억8000만달러 규모로 확대돼 약 10년간 연평균 29.7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도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시장 점유율 70% 이상)이지만, 시장 규모가 2배가량 큰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선 점유율이 8년째 3%에 그치는 등 뒤처져 있다.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경기도 용인에 2042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를 넘어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까지 노리는 삼성전자가 이곳에 300조원 투자한다. 정부는 세제 감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국내에선 국내 유일의 영상 특화 시스템 반도체 IP 개발 업체 칩스앤미디어가 5월 이후 전날까지 42% 뛰었다. 또다른 시스템 반도체 관련주인 한미반도체도 41%가량 올랐고, 이 기간 시스템 반도체 관련 기업을 담은 KODEX Fn시스템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는 11% 상승했다.
물론 반도체 업종 특성상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먼저 되살아나는 만큼 주가 움직임이 선행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내 한 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담당 임원은 "시스템 반도체부터 상승하는 게 반도체 사이클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나중에 오른다"며 "GPU 같은 게 발주돼야 여기에 필요한 메모리 반도체에 주문이 들어가는 식이다 보니 시차가 있다. 이 때문에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매출 반영이 더 빠르다"고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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