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서울역에서 출발해 KTX로 두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밀양역. 여기서 버스로 6㎞를 더 이동하면, 밀양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165만㎡ 허허벌판에 눈에 확 띄는 주황색 건물이 나온다.
‘삼양라면’의 상징색으로 도색한 삼양식품 경남 밀양공장이다. 연면적 7만303㎡,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이 공장에선 중국 미국 등으로 수출하는 라면을 생산한다. 전체의 95%가 불닭볶음면인 ‘불닭신화’의 전진기지다.
가장 큰 강점은 자동화다. 제면에서부터 포장에 이르는 공정에서 제품이 봉지나 컵에 담기기 직전 정도를 제외하면 근로자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봉지라면과 컵라면이 차곡차곡 박스에 담기면 대형 로봇팔이 테트리스를 하듯 운반대에 박스를 쌓아 올린 뒤 물류센터로 보낸다. 공장 관계자는 “자동화 물류센터 덕분에 공장에서 생산하는 30여 종의 제품과 각종 부자재를 동시에 보관하고 입출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대히트하면서 삼양의 수출금액은 2017년 1억달러, 2018년 2억달러를 돌파했다. 수출용 제품 대부분을 생산하던 원주공장이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증가세였을뿐더러 항구가 있는 인천·부산·진해·광양 등으로 몇 시간씩 실어 날라야 했던 만큼 물류비 부담도 컸다.
결국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부산항과 가까운 밀양에 공장을 건립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곳에서 부산 신·구항까지 거리는 60여㎞다. 빨리 가면 1시간이 안 걸리기도 한다.
삼양은 당초 밀양 신공장에 1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가 투자 규모를 2400억원으로 늘렸다. 착공(2020년) 직전 해인 2019년 삼양식품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874억원)의 2.7배 규모다.
삼양은 다른 제조사들과 달리 인력 확보에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대구시, 창원시 등에 더해 2017년 조성된 양산신도시에서도 젊은 우수 인력이 유입되고 있다.
수출 호조에 힘입어 삼양식품에 올해는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될 전망이다. 1961년 창사 이래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 돌파를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삼양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에 신공장 설립 의사결정이 이뤄져 코로나19발(發) 해외 특수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었다”며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밀양=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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