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지옥’을 바꿀 수 있는 방안이라는 고교학점제만 해도 전임 정부가 ‘교육 공약 1호’로 밀어붙였지만 많은 논란과 혼란만 불렀다. 진로에 따라 수업을 듣는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수시모집 확대가 전제돼야 하는데도 문재인 정부 정책은 정반대였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정시 비율을 40%까지 확대했다. 고교학점제 성공에 올인해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폐지를 졸속 결정하는 등의 정치적 행보로도 비판받았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이 여전히 미덥지 못한 것은 전 정부 정책을 계승하면서 문제점에는 말을 흐리고 있어서다. 그간 제기된 교사·교재 부족, 학교·지역 간 격차 등에 대한 해법은 안 보인다. 지금도 일선 고교의 방과후 교육활동이 입시에 도움이 되는 과목으로 채워지고 있다. 자율에 방점을 둔 학점제를 어떻게 안착시키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복안이 필요하다. ‘정시 비율 확대’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 역시 고교학점제 취지와 역행한다.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도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실효성을 위해선 공교육 내실화와 사교육 경감 방안을 동반해야 한다. 지난해 고교 2학년 학생들의 국·영·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8.0%, 15.0%, 9.3%로, 10년 새 4배가량 폭증했다. 추락한 학업성취도 제고 노력이 자칫 사교육 바람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으려면 공교육의 질 제고가 선행돼야 한다.
교육 개혁의 핵심은 대입제도 재편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모든 것이 입시로 귀결되는 만큼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위한 입시제도 마련에 실패한다면 어떤 개혁도 성공하기 힘들다. 정부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이후에 치러지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내년 2월께 확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가급적 서둘러야 한다. 만반의 각오와 준비가 없다면 공교육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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