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파워' 바이어들…너도나도 인플루언서 모시기

입력 2023-06-23 17:34   수정 2023-06-24 01:31

“1인 크리에이터들을 직접 찾아갈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다이렉트 메시지(DM)부터 보내놓고 보는 거죠.”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SNS에서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확대되자 백화점들도 인플루언서 모시기에 한창이다. 이들을 앞세워 행사를 열거나 아예 협업 브랜드를 내놓는 식이다.

과거 백화점 바이어들은 제조사 영업담당자들을 만나 좋은 브랜드를 발굴하는 게 주 업무였다. 하지만 최근 2~3년 새 인플루언서와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도 핵심 역량 중 하나가 됐다.
○인플루언서 탐구하는 바이어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영패션팀 바이어들은 1주일에 한 번 ‘SNS 인기템’을 분석하는 회의를 최근 정례화했다. 소비자의 취향이 극도로 세분화해 트렌드에 민감한 바이어들조차 유행에 뒤처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선 요즘 뜨는 인플루언서들과 그들의 콘텐츠를 확인한다. 전두영 현대백화점 영패션 바이어는 “백화점과 어떤 영역에서 협업할 수 있을지 토론하고 협업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그 자리에서 인플루언서에게 DM을 보낸다”며 “백화점은 차별화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고, 인플루언서들은 오프라인에서 팬들과 소통할 수 있어 윈윈”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론칭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마케팅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 노원점에 다이아몬드 브랜드 ‘더 그레이스 런던’ 매장을 낸 이랜드그룹은 롯데의 강력한 추천으로 유명 인플루언서 강희재 씨(인스타그램 팔로어 20만 명)를 홍보대사로 선정했다.

이랜드는 원래 모델을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박성용 롯데백화점 패션액세서리팀 수석바이어는 “그동안 인플루언서 세계를 관찰해온 결과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와 부합하는 인플루언서를 적시에 추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객 결집 효과 커
백화점에서 바이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입점 업체의 입·퇴점을 좌지우지할 정도다. 그런 바이어들이 인플루언서 모시기에 나서는 건 그만큼 그들의 ‘흥행 파워’를 무시하기 힘들어서다.

팬덤을 통해 빠르게 입소문을 낼 수 있는 만큼 짧은 시간에 소비자를 끌어모아야 하는 팝업 매장에서 특히 효과가 크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2월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연 유튜버 ‘다나카’의 굿즈 판매 행사에는 열흘간 4만 명 이상의 소비자가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백화점은 다나카의 굿즈와 함께 ‘마뗑킴’ 등 11개 브랜드와의 협업 상품을 단독 판매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다나카의 높은 인기 덕에 일반 의류·잡화류 할인 행사 평균 매출 대비 두 배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3월 피팅모델 출신 인플루언서 여진주 대표(인스타 팔로어 17만 명)와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는 1주일간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백화점에 입점한 다른 의류 브랜드의 한 달 실적과 맞먹는 수준이다.

아예 협업 브랜드를 내는 사례도 있다. 현대백화점 식음료 바이어와 외식벤처업체 FG의 이경원 대표는 먹방 유튜버 ‘밥굽남’과 함께 샤부샤부 브랜드 ‘강호연파’를 2021년 론칭했다. 강호연파 더현대서울점은 월평균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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