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는 혁신위가 이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하는 쪽으로 혁신의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혁신위는 친명 인사들로 채워져 ‘친명 혁신위’ ‘차도살인’(남의 칼로 적을 제거)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가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불체포특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여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이 최근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했지만 상당수 의원이 동참하지 않은 이유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헌법이 국회의원에게 체포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며 “그저 ‘포기하겠다’고 서명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입법 조치가 병행되지 않는 한 정치적 수사에 그칠 뿐이라는 지적이다.
혁신위가 출범 후 첫 과제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요구한 건 이 대표의 행보에 보조를 맞춘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자신의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혁신위의 요구는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나흘 만에 나왔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적으로 ‘이재명 따라 하기’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재선 의원은 “돈봉투 사건과 코인 논란으로 떨어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게 혁신위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인데 엉뚱하게 불체포특권 포기 얘기를 한다”고 했다.
대의원제 폐지·개편은 이 대표 강성 지지층과 친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이들은 전당대회 때 권리당원 약 60표당 대의원 1표가 똑같이 반영되는 건 비민주적이라고 주장해왔다. 돈봉투 사건은 대의원제의 폐해라는 친명계 논리를 혁신위가 그대로 읊은 것이다. 대의원제를 폐지·개편하면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이 많은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확대돼 이 대표에게 힘이 실린다.
이 대표는 최근 “당내 민주주의 확보 얘기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혁신위가 언급한 ‘당내 민주주의’는 이 대표의 발언과 맥락상 일치한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국민들이 대의원제에 관심이 있기나 하냐”며 “혁신위가 개딸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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