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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 전 중국 부총리(71·사진)가 지난 3월 은퇴한 뒤에도 여전히 지도부의 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SCMP에 “시 주석이 가장 신임하는 측근인 류 전 부총리가 미국과 관련한 문제를 중심으로 중국의 주요 경제 문제에 정기적으로 조언하고 있다”며 “공식 직책에서 모두 물러났지만, 경제 문제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가 류 전 부총리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높이 평가하며, 무역과 경제 문제에서 미국을 상대하는 방법 등 경제 정책의 핵심 문제들에 관련한 의견을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류 전 부총리는 미국 하버드대 출신의 미국통으로, 친시장주의자로 분류된다. 부총리였지만 리커창 당시 총리보다 더 큰 권한을 행사했다는 분석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전쟁 당시 시 주석의 전권을 받고 수석협상가로 나서 2020년 1월 1차 무역합의에 서명했다. 그는 중국 고위 관료의 비공식 은퇴 연령인 68세를 훌쩍 넘긴 탓에 지난 3월 출범한 시진핑 집권 3기 지도부에서는 이름이 빠졌다. 4월에는 중국 중앙재경위 판공실 주임 자리도 허리펑 현 부총리에게 인계했다.
하지만 중국이 1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이후에도 경제 회복이 더딘 데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류 전 부총리의 영향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류완신 독일 키엘세계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SCMP에 “류허가 여전히 자문을 제공한다는 것은 중국 정부가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있다는 메시지”라고 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의 마크 위츠케 애널리스트는 “류 전 부총리는 외국 기업의 역할을 중시했다”며 “그의 활동은 중국 내 외국 기업에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진단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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