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찾은 오어저수지 하류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출입구는 차수벽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1.9㎞ 길이의 차수벽이 요새처럼 공장을 감싸고 있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작년보다 더 센 태풍이 와도 문제 없다”고 자신했다.
수해 방지 대책이 가장 부족한 지역은 포항이었다. 이곳은 작년 힌남노로 냉천이 범람하면서 아파트 주민 아홉 명이 지하 주차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공장·시장이 침수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이날 방문한 냉천은 임시 방편으로 쌓아둔 모래주머니가 유일한 대책이었다. 이마저도 60여 개는 유실됐거나 주머니가 터진 상태였다. 둑이 무너지면서 뼈만 앙상하게 남은 나무들도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시장 상인 김모씨는 “보수 공사도 제대로 안 됐는데 침수 예방은 꿈도 꿀 수 없다”며 “작년보다 올해 더 침수에 취약할 것이란 얘기가 상인 사이에서 돈다”고 했다.
침수 피해를 키운 냉천교와 인덕교 재가설 공사는 시작조차 못했다. 두 다리는 높이가 낮아 나뭇가지 등 부유물이 하천 물길을 막아 피해를 키웠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해당 공사는 장마가 끝나는 다음달 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침수 대책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인근 아파트 노인회장인 손모씨는 “장마철에 친척집에서 지내기로 했다”며 “주민 불안은 커지는데 지난 1년 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냉천 인근 J마트 대표는 “아파트에 차수벽을 설치한 것 외에 상가나 주택엔 어떤 지원책도 없었다”며 “차수벽 설치 같은 미시적인 대책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포항의 지류 하천 공사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세계리 오천시장 인근 세계천이 대표적이다. 이곳 역시 작년 태풍 당시 범람해 시장 전체가 물에 잠겨 상가당 수백만원대 피해를 줬다. 시 관계자는 “포항엔 소하천만 200여 개가 있고 하천당 공사 비용은 30억여원이 넘는다”며 “소하천 모두를 공사할 수 없어 원상 복구 작업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침수 직후 차수 방안을 검토하고 12월 착공에 들어갔다. 투입 인원만 1만2000명에 달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과 협업으로 장마 전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항=장강호/안정훈/김우섭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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