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의심 사건이 이어지며 시장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가운데, 주주행동주의 전문가들은 주주운동으로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연루된 인터넷 주식투자 커뮤니티 운영자 강모씨가 소액주주운동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씨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 '고지를 눈앞에 둔 최고가 구간이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강 씨는 "만호제강과 방림의 지배구조에 변화를 줘 20년 이상 공들여온 소액주주운동을 완결하려 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증권사 신용융자를 써가며 지난 14일 하한가를 기록한 방림,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 동일금속 등 5개 종목에 투자해왔다.
수사당국은 하한가 사태의 배후로 강씨가 운영하는 해당 카페를 지목했다. 검찰은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지난 16일 강씨를 압수수색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동일산업·동일금속·만호제강·대한방직·방림 등 5개 종목 주가가 하한가를 찍으며 동반 폭락한 지 하루 만이다.
주주행동주의 업계에선 강씨가 주주행동주의를 표방하면서 신용융자를 활용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주주총회 의결권을 확보하려면 지분을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거액의 빚을 내 투자하는 건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김규식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주주행동주의가 성과를 보려면 보통 정기주총을 여러 번 거쳐야 해서 최소 2~3년이 걸린다"며 "3년간 막대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지분을 줄여야 하는데, 지분을 줄이는 것은 곧 주주행동의 동력을 상실하게 되며 그런 식의 주주행동은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강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신용을 쓰면서까지 투자를 한 것은 지분 확보를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주객이 전도된 주주행동을 지적했다. 주주행동은 기업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법이지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기업의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주주행동주의는 단기 트레이딩과 다르다"며 "주가 상승만을 노렸다면 그것은 주주행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선 주주가 행동에 나서면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해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주주행동이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강씨의 주가 조작 여부를 밝히는 건 검찰의 몫"이라면서도 "각자 보유한 지분만큼의 권리를 갖는 건 당연하며 소액주주 운동은 이번 사건과 별개로 정당한 범위 내에서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불공정거래 가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시장에 경각심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날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취재진에게 "불공정 거래는 자본 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특히 소액투자자의 재산을 약탈하는 행위"라며 "불공정 거래 행위자가 다시는 금융시장을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일벌백계하겠다"고 말했다.
5개 종목 하한가 사태 수사 결과를 언제 발표하느냐는 질문에는 "진행 중인 사건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을 못 하지만 지금 신속하게 대처가 되고 있다"며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이 부활해 조속한 대처가 가능했다"고 답변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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