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꼽히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월가)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직업은 무엇일까. 과거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고위 임원이 많은 돈을 벌었다면, 최근엔 대형 로펌의 변호사들의 몸값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몇 년간 최고위 경영진을 제외한 은행 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주식 보너스를 합쳐도 100만∼200만달러(약 13억∼26억원) 사이라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년 전과 거의 변함이 없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봉이 줄어들었단 얘기다.
금융 컨설팅회사 베이스트리트 어드바이저에 따르면 상위 20위 투자은행에서 부문장급이 아닌 일반 상무이사들의 최근 3년간 평균 연봉은 190만달러(약 25억만원)로 집계됐다.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과 같은 수준이다.
반면 WSJ 집계 기준 최고 수준 로펌에서 지분을 가진 파트너들이 버는 연봉은 300만달러(약 39억원) 이상에 달했다. 20년 전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왁텔, 커클랜드, 폴와이스 등 뉴욕 최고의 로펌에 다니는 엘리트 변호사는 1500만달러(약 195억원) 이상의 돈을 벌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런 변호사의 법률 조언을 받으려면 시간당 2000달러(약 26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스콧 바셰이(폴와이스)나 제임스 스프레이리건(커클랜드)과 같은 월가의 스타 변호사들은 2000만달러(약 260억원) 이상을 벌기도 한다. 미 최대 은행 JP모간체이스를 이끄는 월가의 구루인 제이미 다이먼(3450만달러)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변호사와 은행원은 세계 최대 기업들의 경영을 돕는 월가의 핵심 인물이다. 두 직업의 연봉이 수준이 달라진 이유는 변호사들이 거의 은행가의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규제당국과의 갈등, 회사 승계 계획과 같은 문제를 다룰 때 기업 변호사들이 핵심적인 자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로펌들은 연공 서열뿐 아니라 생산성을 반영하는 식으로 급여 체계를 개편해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다. 스포츠팀이 스타 선수와 계약하기 위해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것과 유사해진 셈이다.
또한 미국 대형 로펌은 매년 수임료를 매년 4%씩 인상해왔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해서다. 하지만 은행의 거래 수수료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규제당국이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어 수수료를 무작정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부에는 대가가 따른다. 변호사들은 고객을 위해 하루 24시간을 거의 쉼 없이 일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그렇다고 월가의 은행원들을 동정할 필요도 없다. 그들의 연봉은 미국의 연간 평균 가계소득인 약 7만달러를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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