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에서 3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3일 충남 서산경찰서는 길 가던 A 씨(30)를 붙잡아 마구 때린 B 씨(31)를 상해, C 씨(26)를 폭행·절도 혐의로 각각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4월 1일 오전 3시께 서산시 읍내동 서부상가 인근 도로에서 일면식 없는 사이인 A 씨를 주먹과 발로 폭행하고 스마트폰을 빼앗은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는데 2명이 뒤에서 내 목소리를 흉내 내며 따라왔다"며 "'누구시냐, 저를 아시냐'고 물었는데 갑작스레 얼굴을 가격당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이어 "이들이 내 스마트 폰을 빼앗고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며 "도망가다 붙잡혀서 계속 맞았고, 이후에 정신을 잃게 됐다"고 덧붙였다.
폭행 현장 인근 차량 블랙박스에 담긴 영상에는 B 씨가 도로 위에 널브러진 A 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내려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는 일행의 만류에 떠나는가 싶더니 다시 달려와 A 씨의 얼굴을 발로 세게 밟았고, 기절한 A 씨가 미동도 없는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남성 무리는 사촌형제지간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먼저 시비를 걸어 때리게 됐다"며 쌍방과실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절도와 관련해서도 "스마트폰을 훔치려 하지 않았다"며 "술에 취해 가져온 줄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폭행으로 머리와 목을 다쳐 전치 8주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A 씨는 입원 치료를 받다 최근 공황장애 진단까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연합뉴스에 "아직도 머리가 찍히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문신을 한 사람만 봐도 숨을 쉴 수가 없다"며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밖으로도 못 나간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스마트폰까지 뺏기고 두 명에게서 폭행당했다고 경찰에 여러 차례 진술했다"며 "가해자가 엄중한 처벌을 받아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 2명 모두 폭행에 일정 부분 가담했지만,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는 공동상해·폭행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해 각각 다른 혐의를 적용하게 됐다"며 "형 B 씨가 직접적으로 A 씨를 폭행하고 동생 C 씨는 적극적으로 말렸다는 목격자 진술이 있고, 증거 영상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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