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기 기아 국내마케팅2팀 책임매니저가 지난 13일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이러한 말을 전했다. EV9 사전 계약자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특징이 보였다는 얘기다. 기아는 지난달 3일 EV9 사전 계약을 시작했으며, 8일 만에 1만367건의 사전 계약이 접수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어 "통상적으로 차급이 올라갈수록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K9 정도의 대형 차급까지 올라가면 새로운 유입 층은 40% 이하"라며 "이와 비교했을 때, EV9 사전 계약자 중 약 60%가 새로운 고객이란 것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수요층을 발굴했다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윤용기 책임매니저는 그러면서 "새로운 순증 수요를 보고 내부적으로 굉장히 고무돼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단 국내 최초로 전기차이면서 3열을 갖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EV9은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사용, 같은 급인 팰리세이드나 대형 RV 카니발보다 휠베이스가 길고 평평해 내부 공간 활용도가 비교적 좋다. 이 밖에 제네시스에만 적용했던 고급 사양인 에르고 모션 시트를 EV9에 적용하고, 2열의 릴랙스 시트도 최초로 적용했다.
EV9은 현대차그룹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기조의 중심에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우선 레벨 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Highway Driving Pilot system, HDP) 기능을 기아 브랜드 최초로 하반기에 출시될 GT 라인에 적용할 예정이다. 손을 떼고 시속 80㎞까지 주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앱)을 깔 듯, 필요에 따라 자동차에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주문형 기능 서비스(Features on Demand, FoD) 처음으로 지원한다. EV9을 통해 현대차그룹 최초로 필수 기능을 제외한 구독 서비스도 시작했다.
승차감 등 기술적인 업그레이드도 있다. 기아는 EV9에 맥 멀티 서스펜션과 셀프 레벨라이저라는 신기술을 적용했다. 플래그십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에어 서스펜션을 탑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기아 측은 "에어 서스펜션 자체의 중량이 상당히 높다"라며 "대중적이고 효율적인 전기차를 제공하기 위해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에어 서스펜션을 과감하게 빼서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좋은 기능을 위해 중량을 쌓지 말고 가볍고 효율적인 것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통합제어충전장치(ICCU)또한 기존 EV6 대비 업그레이드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김평 기아 중형2PM 책임연구원은 "EV6와 대비해서 신기술에 대응할 수 있도록 출력 밀도와 차량의 종합적인 성능을 고려할 수 있도록 중량을 절감해서 ICCU를 신규로 개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SUV로서 전·후륜 브레이크 성능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김평 책임연구원은 "중량이 무거운 만큼 안전한 브레이킹 성능이 나올 수 있도록 전륜은 19인치 디스크를, 후륜은 18인치 디스크를 적용하고 이와 협조 제어 성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회생 제동 활용을 극대화하는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국비 보조금과 지방비 보조금을 고려했을 때, 에어 이륜(19인치 휠) 기준 6920만원대, 어스 사륜(19인치 휠) 7772만원 정도의 가격에 살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옵션을 더할 경우 8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이준성 기아 국내상품1팀 매니저는 이에 대해 "전 트림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검토를 진행했다"라며 "EV9은 기아의 전동화 방향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가격이 절대적으로 저렴하지는 않지만, 최적의 가격으로 가장 우수한 상품성을 제공해 드릴 수 있는 가격대로 모델을 출시했다"고 강조했다.
윤용기 책임매니저는 "올해 목표 판매 대수는 수출 선적 물량을 포함해 글로벌 기준 약 5만대라며 "글로벌 인증이나 전기차 보조금 소진 여부에 따라서 한국, 유럽, 북미 등 권역별로 물량들을 나눠 공급할 계획"이라고 목표를 전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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