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연기를 거듭해온 현대자동차 중고차 판매 사업이 오는 10월 개시된다. 2020년 10월 현대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지 꼭 3년 만이다. 현대차가 인증 중고차 판매에 들어가면 국내 완성차 브랜드 중 첫 사례가 된다.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20여 곳이 이미 직접 인증한 중고차를 팔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신차 거래의 두 배, 연 30조원 규모에 달하면서도 소비자 불신의 늪에 빠져 있는 국내 중고차 시장이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현대차는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풀려난 2020년 시장 진출 의지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기존 중고차업계의 반발과 이를 수용한 정부의 제동으로 2년 넘게 표류했다. 올 1월 시범 운영을 거쳐 5월 사업 개시가 가능해졌지만, 이번엔 중고차 시장 침체가 발목을 잡았다. 급격한 금리 인상, 신차 생산 정상화 등으로 작년 말부터 중고차 업황이 나빠지면서 현대차로선 서둘러 시장에 진입할 유인이 약해졌다. 올 하반기까지 사업을 연기한 배경이다.
우여곡절이 길어지자 일각에선 올해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연내 사업을 본격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올초 신년회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불신에 휩싸였던 국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바뀔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지난해 소비자연맹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66%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찬성했다. 기존 중고차 매매상의 허위 성능 점검과 미끼 매물, 불투명한 시세 등에 지친 결과다.
수년간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해온 기존 업계에서도 이젠 긍정적인 분위기다. 한 중고차업체 관계자는 “업계 내부적으로 정화 노력을 해왔지만 소비자 불신이 여전히 큰 게 사실”이라며 “현대차 같은 대기업이 들어오면 인식 전환과 시장 확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가 정부 권고에 따라 판매 대수를 전체 중고차의 최대 4.1%로 제한하기로 한 점도 기존 업계의 반대를 누그러뜨렸다.
현대차는 중고차 판매 수익보단 신차 가격 방어, 판매 후 운행 데이터 확보 등의 부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몸값이 높아지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직접 수거하기에도 용이하다. 판매 방식은 온라인에 주력할 방침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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