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최종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 그룹 총수라면 계열사 대표이사나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 대신 경영책임자로 지목돼 기소될 수도 있습니다.”
최진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지난 20일 ‘중대재해, 이렇게 대응하라-최근 사건 동향과 전략’을 주제로 연 웨비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최 변호사는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했느냐가 기소 여부를 가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태평양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후 올해 3월 말까지 총 290건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틀에 한 건 이상의 사고가 터지는 셈이다. 이 기간 검찰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사건은 총 18건이다. 모두 대표나 그룹 총수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지난 3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계열사인 삼표산업의 채석장 붕괴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그룹 총수도 계열사 사고로 실형을 선고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정상철 태평양 변호사는 “검찰은 중대재해법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와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이 중대산업재해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설사 의무 이행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현장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와 연계해 법리적으로 잘 변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상민 태평양 변호사도 “사업장 특성에 맞는 위험성 평가, 근로자의 안전보건 활동 참여 보장, 재해를 예방할 합리적인 안전 조치 등이 필요하다”며 “노사가 자발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2020년 발생한 경기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건의 공판 과정을 예로 들었다. 이 사고는 38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친 대형 참사다. 검찰은 당시 냉동창고 3번 냉각기 주변 천장에 발포된 우레탄폼에 용접 불꽃이 옮겨붙어 화재가 났다고 판단, 가연성 물질에 대한 보호 조치와 화재감시인을 배치하지 않은 현장 관계자들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피고 측은 재판 과정에서 천장과 30㎝ 떨어진 곳에서 15~20분간 산소용접을 했을 때 당시 현장에 있던 우레탄폼에 불이 붙을 수 없음을 입증해 반전을 만들어냈다. 피고인 9명 중 6명이 무죄를 받았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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