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시간 없다는 말을 달고 사는 나에게 ‘시간’은 외면할 수 없는 이슈였다. 아니 늘 의식하고 있는 단어였다. 남들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고, 무언가를 더 빨리 이룬 사람은 대단해 보였다. 시간은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하는 어떤 원초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가 시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된 건 시차가 있는 해외여행을 하면서부터였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났을 때도 느꼈다. 11월 26일에 결혼하고 하와이행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에서 내려보니 시차 때문에 두 번째 11월 26일을 맞이하고 있었다. 분명 지구의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하루는 24시간으로 동일한데, 갑자기 시간을 번 느낌이랄까. ‘맞아, 우리는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지. 시간 별거 아니네’란 생각이 스쳤다.
어차피 각자 다른 시간을 살 수밖에 없는데, 나는 왜 잡히지도 않는 시간을 이토록 잡으려고 애를 쓴 걸까. 그리고 왜 다른 사람의 속도를 의식하고 부단히 맞추려고 했을까. 생각해보면 지역, 가족, 환경 또는 성격에 따라 각자의 시간은 정말 다 다를 텐데 말이다. 신기루처럼 따라잡으려고 해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누군가의 시간’일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성취는 나와는 전혀 다른 시간 속에서 이뤄낸 것이기 때문에 절대 비교해선 안 된다.
얼마 전 친구들을 만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지 말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멘털이나 마음 그릇에 대해 집중하자고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대에서 나 자신과 계속 대화하며 각자 알맞은 속도를 찾아가 보자고 말했다. 그러니까 긴장을 풀자. 우리 모두 각자의 시간대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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