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그룹에 러 석유시설·수출항 타격…원자재 시장 요동치나

입력 2023-06-25 18:17   수정 2023-07-25 00:01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러시아 내부 혼란으로 지정학적 우려가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은 하루 만에 끝났지만 일부 인프라 시설이 타격을 입었고 분쟁이 재발할 것이란 불확실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美 트레이더, 원유 가격 급등에 대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원유 트레이더와 분석가들은 금융시장이 열리는 26일 원유 가격이 급등할 것에 대비해 투자 전략을 짜느라 분주한 주말을 보냈다.

북유럽 은행 SEB의 브르네 샤일드롭 수석상품애널리스트는 “러시아 내분은 세계 원유 공급에 대한 위험을 뜻한다”며 “송유관이 막히거나 석유 저장소 및 항구가 점거돼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단계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며 “상황이 더 오래 지속될수록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의 원유 관련 시설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바그너그룹이 점령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개 도시 중 하나인 보로네시의 유류 저장고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스티브 소스닉 인터랙티브브로커스 최고전략가는 “서방국이 러시아에 원유 금수 조치를 내렸지만 여전히 러시아는 중국 등의 국가에 많은 원자재를 판매하고 있고 세계적인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원유 및 주요 상품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1970년대 오일쇼크(석유 파동)를 연상하게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전 배럴당 90달러 중반 수준이던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일각에선 러시아 내부 혼란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세계적으로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한 가격 급등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3일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69.16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73.85달러에 마감했다. WTI 가격은 지난주에만 3.8% 이상 하락했으며 최근 몇 달간 70달러 안팎의 박스권에서 움직였다. 세계 각국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경제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데다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늘어나지 않으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국제 유가는 안정된 모습이다.
밀 등 곡물 가격 영향받나
이번 사태가 원유뿐만 아니라 곡물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때 바그너그룹이 장악한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한 군 물류 거점이면서 중요한 곡물 수출항이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선 석유와 화학 제품 등도 생산·수출한다. 바그너그룹이 물러난다고 해도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업 컨설팅회사인 소브에콘의 안드레이 시조프 대표는 “현재 위험 규모는 알 수 없고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달렸다”며 “지금은 모든 것이 예전처럼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둔화) 공포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협정에서 러시아가 탈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이어가고 있다.

바그너그룹이 일단 물러선 만큼 시장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퀸시 크로스비 LPL파이낸셜 수석글로벌전략가는 “일반적으로 불확실하고 아직 전개 중인 사건에 시장은 잘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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