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을 열망하는 그리스 유권자들이 중도우파 성향인 집권 여당에 재차 힘을 실어줬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사진)가 이끄는 여당이 25일(현지시간) 실시된 2차 총선에서 단독 재집권에 성공하면서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2019년 첫 집권 이후 각종 개혁을 통해 총체적 난국에 처해있던 그리스 경제를 회생시키고 있는 인물이다.
좌파 세력의 쇠퇴는 남유럽 국가들에 공통된 형상으로 풀이된다. 그리스와 함께 '유럽의 돼지'라는 명칭으로 불렸던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에서 모두 최근 우파 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2차 총선에서는 제1당이 득표율에 따라 최소 20석에서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챙길 수 있다. 이 경우 신민당은 전체 300석 가운데 158석을 차지하며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시리자는 4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신민당은 지난달 21일 치러진 1차 총선 때보다 시리자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압승을 거뒀다.
당시 신민당과 시리자는 각각 40.79%, 20.07%를 득표했다. 그리스는 원내 제1당이 단독 과반에 실패하면 연정 협상에 돌입하고,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2차 총선을 치른다. 하지만 "연정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미초타키스 총리는 다른 정당과의 연정 구성을 거부하고 2차 총선을 추진했다. 2차 총선에서는 제1당이 최대 50석의 보너스 의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당은 예측대로 2차 총선에서도 기세를 이어갔고, 보너스 의석에 힘입어 단독 과반을 확보하며 재집권에 성공했다.
이번 총선에서 그리스 유권자들의 관심은 단연 '경제'였다. 지난해 도청 스캔들과 올해 2월 열차 충돌 참사, 난민선 비극 등 현 정부의 재집권에 부정적인 대형 악재가 잇따랐지만, 선거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시리자 대표인 알렉시스 치프라스 전 총리의 각종 포퓰리즘 공약에도 그리스 국민들은 호응하지 않았다.
2019년 집권한 미초타키스 총리는 경제 부흥을 기치로 내걸고 감세, 외국인 투자 유치, 최저임금 동결 등 시장 친화적 경제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그리스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지난해 50% 늘어 2002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 증가율을 찍었다. EU 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그리스는 202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0.1%에 달하는 기초재정수지 흑자를 달성했다. 기초재정수지 비율은 GDP 대비 부채 상환 이자 비용을 제외한 재정수지 비율을 의미한다.
그리스 민간은행들의 대차대조표에서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대출의 비율은 2016년 50% 이상에 달했지만, 현재 7% 가까이로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206%까지 치솟았던 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는 지난해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71%로 감소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부채 감소율이다.
반면 그리스의 경제 성장률(GDP 증가율)은 2021년과 지난해 각각 8.4%, 5.9%를 기록하며 팬데믹 이후 가장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다. 그 결과 그리스는 지난해 IMF 구제금융을 조기에 상환했고,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국가 신용등급도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은 최근 그리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은 현재 투기등급으로 분류돼 있지만, 투자적격등급에 편입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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