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억弗 시장 잡아라"…스마트 제조 분야 특허경쟁 치열

입력 2023-06-26 16:07   수정 2023-06-26 16:08

페라리, 람보르기니와 함께 이탈리아 3대 명품차로 꼽히는 마세라티. 지멘스는 마세라티 신차 생산 공장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개발 기간을 30개월에서 16개월로 절반 가량 단축시켰다. 디지털 트윈 기술 적용 이후 마세라티 판매량은 이전보다 6배 늘었다. 지멘스는 지난해 엔비디아와 디지털 트윈 기술 협약을 맺고 산업용 메타버스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특허전략개발원 특허빅데이터센터가 26일 펴낸 ‘2022년 특허 빅데이터 기반 산업혁신 전략 보고서:스마트 제조 편’에 담긴 내용이다.

스마트 제조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제품 기획·설계와 제조, 그리고 물류 서비스 전반의 품질을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스마트 제조 관련 산업은 공장 구축기술 공급 산업과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 산업으로 나뉜다.

공급 산업은 산업용 네트워크, 센서, 로봇, 3D프린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말한다. 수요 산업은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 모두를 말한다. 특허전략개발원에 따르면 스마트 제조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1410억달러에서 내년 2448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외 선도 업체는 지멘스, GE, 록웰 오토메이션, 미쓰비시일렉트릭, 슈나이더일렉트릭, 하니웰, SAP, 오라클, 다쏘시스템 등이다. 한국에선 삼성SDS, LG CNS, LS산전, 포스코 등이 주도하고 있다.

특허전략개발원 관계자는 “지멘스, 록웰 오토메이션 등 글로벌 선도 기업은 활발한 인수합병(M&A) 및 특허 소송을 통해 스마트 제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일부 대기업에서 ICT를 적용해 제조현장을 혁신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외산 솔루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한계가 뚜렷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는 2001년부터 작년 6월까지 지식재산(IP) 다출원 상위 5개국(IP5)인 미국, 일본, 유럽, 중국, 한국에서 출원·공개된 특허 19만6312건을 분석했다. ①제조 솔루션 ②플랫폼 ③장비 및 디바이스 등 3가지 대분류로 나눴다.

제조 솔루션은 SCM(공급망 관리)·ERP(전사자원 관리) 등 비즈니스 시스템, PLM(제품수명 관리) 등 운영시스템으로 다시 분류됐다. 플랫폼은 빅데이터·AI, 클라우드컴퓨팅, 에지컴퓨팅, 디지털 트윈, 5G네트워크 등 소분류로 나눠 분석했다. 장비 및 디바이스는 제어·측정장치(모션 컨트롤러 등), 현장 설비(로봇·3D프린팅), 그리고 SCADA(감시·제어 데이터 취득)·DCS(분산제어시스템) 등 시스템으로 분류했다.

출원된 특허를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9만3320건(47.6%)으로 가장 많고 미국(4만8081건, 24.5%), 일본(2만3888건, 12.2%), 유럽(1만6143건, 8.2%), 한국(1만4700건, 7.5%) 순이었다. 기업별로 보면 일본의 화낙(FANUC)이 5420건으로 1위에 올랐다. 이어 지멘스(4461건), IBM(3116건), 미쓰비시(2390건), 록웰오토메이션(2302건) 순이었다. 20위 안에는 한국 기업으로 삼성전자(1097건)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특허전략개발원 관계자는 “한국은 스마트 센서, 빅데이터·AI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 경쟁력이 크게 낮으며, 많은 분야에서 중국보다 낮은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라는 세간의 인식에 반하는 결과다. 한국은 최근 들어 스마트 제조 기술 따라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2017~2020년 한국의 스마트 제조 관련 특허 증가율은 21.8%로 IP5 가운데 가장 높았다.

스마트 제조에서 중요한 10가지 기술은 APS(자동화 스케줄러), MES(제조 실행 시스템), 빅데이터·AI, 에지컴퓨팅, 디지털 트윈, IIOT(산업용 사물인터넷), HMI(인간-기계 인터페이스), DCS(분산제어시스템), 모션컨트롤러, 로봇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들 10개 기술 중 유망한 14개 하위 기술이 도출됐다. APS 가운데선 ‘시장정보 기반 지능형 생산계획 최적화 기술’이 꼽혔다. 에지컴퓨팅에선 ‘경량 인공지능 기반 자가진단 및 자체 의사결정이 가능한 데이터 처리 기술’이 선정됐다.

IIOT에선 ‘설비간 자율 협업이 가능한 지능형 사물인터넷 기술’, 모션 컨트롤러에선 ‘신호 전송 지연감소 기술’이 유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로봇에선 ‘작업자 의도 파악 및 충돌 방지가 가능한 협동 로봇’, ‘물품 분류 및 피킹이 가능한 자율주행 이송로봇’이 꼽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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